흔들리다 익어가는 계절
흔들리는 것들에 유난히 마음을 빼앗긴다.
바람이 계절을 비집고 어슷하게 불어올 때, 빛의 반향으로 잎사귀가 반짝이며 흔들릴 때. 묵직하게 매달린 모과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기울고, 깨끗한 유리컵 아래로 청귤차가 천천히 퍼질 때.
찰나의 떨림 같은 순간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어딘가로 부지런히 향하는 움직임을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찔하게 흔들리다가 기울어 흐르고, 스며들어 나아가는. 조용한 삶의 증거들.
투명하게 흔들리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한참을 서 있었다. 머잖아 나도, 저 노릇한 무르익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아. 행복을 만끽했던 오후.
아직 시가 되지 못한 장면들.
사진의 가장자리에 그 순간을 함께 담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