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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 Jan 04. 2022

글쓰기라는 '틈'을 내는 이유

일기로 시작하는 [쓰기]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가"


어제는 글 모임에서 기록에 대한 주제가 나오기도 했고, 오래 알고 지낸 분들과 함께 쓸 백일장 모집일이었기에 내 글쓰기의 시작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날이었다.

그런데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당최 기억나지 않고, 되짚어볼수록 늘 쓰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휴대폰 화면엔 항상 메모장 위젯 3개가 나란히 떠 있는데, 책 읽다 발견한 새로운 표현이나 일상에서 기억하고 싶은 짧은 단상을 재빨리 써 놓는 손 안의 노트를 이미 갖고 있는 셈이었다. 오랜 습관 같은 메모, 그렇다면 이것은 쓰기였을까? 예전엔 '그렇다'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No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과 겹쳐진 공간, 불쑥 찾아오는 긴장, 일을 놓아버린 상실감이 뒤늦게 나를 눌렀다. 그때 다시 일기장을 떠올렸던 것 같다.




가볍게 손에 잡힐 다이어리 한 권을 샀다.

매일이 아니어도, 긴 글이 아니어도 다시 글을 쓰는 느낌이 좋아서 비공개로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 기록도 시작했다. 잊고 있었다. 글 쓰기란 그런 것. 방황하던 20대의 내가 술기운에 꽉 채워 써놓고 후련해져 잠들던 그 트인 숨이 내게 돌아왔다.


글쓰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냐고?

왜 글을 쓰냐고?


일기부터 시작해보면 된다.

써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쓰면서, 앞만 보고 걷기에도 바쁜 하루 중 잠시 뒤를 돌아 살피는 것이다. 가끔은 미처 몰랐던 마음이 쓰는 손끝에서 절로 나와 나를 앞지르기도 하고, 꾸깃꾸깃 접어 숨겨두었던 순간들이 불쑥 구김을 펴고 나를 쳐다봐 놀라게 하는 것이다.


아직은 내가 구겨놓은 종이들을 다 펴 보일 순 없어도, 쓰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트인 숨으로 덜어내니, 내 몸에 덕지덕지 붙었던 부침들이 날려 가벼워진다. 그러니 자꾸 고쳐 쓰며 나를 다듬는 걸 멈출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벼워지니 아이들이 덩달아 가볍고, 실눈을 점점 크게 뜨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마음이 번잡해 갈라진 카랑한 목소리를 글자로 바꾸면서 다정을 입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일기의 일.

우리의 일은  쓰는 '틈'을 어떻게든 사수하는 것.


그 틈 안에 헝클어진 생각을 풀어놓고, 말줄임표와 쉼표를 찍는 동안 가만한 마음이 채워질 것이다. 이 짧은 일기가 '멀리 보는 글'을 시작할 출발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2부를 예고하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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