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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Jan 30. 2023

집에 대한 보편적이지 않은 생각

최근에 차를 한 대 사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다. 차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를 주문하고 1년 걸려서 받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중고차 가격도 많이 내렸고, 새 차도 프로모션을 많이 하고 있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가 정말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루머인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이게 다 부동산이 한창 신고가를 찍던 와중에 계약했던 차들이 줄줄이 취소가 되고 있다는 말도 있고, 불경기로 인해 소비 위축이 일어나서 그런다는 말도 있다. 


 종종 경제 관련 유튜브를 보다 보면 꽤 어려운 사연들이 많이 올라온다.  최근에는 소위 영끌하여 투자한 사람들의 고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최근에 봤던 사연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투자를 위해서 수도권에 두 곳과 지방에 한 곳을 투자해 두었는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금리가 높아지고 주식 투자 등으로 인해 주식 투자를 통해 벌어둔 돈을 절반 정도 소진했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유튜버는 다주택자로 유지할 능력이 안되니 집을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코로나 시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통해 수익을 많이 냈다. 코인도 마찬가지고. 대충 뭘 사도 오르던 시기라 그 시기에 전업 투자로 전환한 사람도 많았고, 스스로 많이 벌고 쉽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면 주식의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수익을 냈으면 성공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연 속에서 조언해 준 전문 투자자의 말이 돈을 벌었으면 성공, 잃었으면 실패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성공 공식이 있어야 진정한 투자자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여하튼 지금 시기에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를 생각하고 무리하게 매매를 했을 경우에는 부담이 더더욱 클 것이다. 코인이나 주식을 투자하느라 신용 대출을 크게 써버린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끌은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계속해서 우 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이다'라고 예측할 때는 괜찮지만 지금 같은 변화가 너무 빨리 와버리면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나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 묻기도 한다. 괜찮냐고 할 때 이것이 진짜 걱정일까 아니면 궁금함일까 생각해 본다. 예전에 집값이 계속 오르던 시절에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더니 집이 더 안 올라서 그러냐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 나는 지금 집을 투자를 하려고 선택한 집이 아니다. 정말 전세를 살면서 지긋지긋한 일이 너무 많이 생겨서 선택한 것이다. 


집을 사는데 투자를 1순위로 생각 안 했다고 하는 말을 어떤 사람도 잘 믿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먼 미래에 외국을 나가는 일이 생겨도 그냥 두고 싶을 정도로 실거주를 오래 할 목적으로 선택했고,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을 알고 결정했다. 미래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을 고르고 싶었다. 나는 투자를 위해서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일들이 있다. 그렇게 투자를 한 경우에는 신경을 쓴다. 


나는 오히려 집 값이 내리면 매매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 중에는 집 값이 단순히 비싸서만이 아니라 오히려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진짜 집이 필요하고 내가 거주의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투자 목적을 내가 원하는 만큼 달성하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어진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집을 내가 생각하는 그 가격에 매매하겠다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닐까?


지금 한국에는 분명 집을 산 사람은 투기를 한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다 영끌로 무리하게 샀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오히려 꼭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기를 놓치진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상관없다. 우리 사회에서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최근에는 집이 떨어졌냐고 묻기도 하는데, 정말로 이 집은 폭등한 적이 없어서 폭락할 일도 딱히 없는 집이라 거의 안 떨어졌다고 해도 그런 곳이 있냐며 잘 믿지 않는다. 그리고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시기에도 신고가를 경신한 집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정말인가 하고 다시 보았다. 수요-공급의 법칙으로 비선호지역은 집값이 떨어지겠지만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은 계속해서 유지하고 더 오를 것이다. 내가 눈으로 확인한 그곳은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정말 살고 싶어서라도 가고 싶은 지역이라는 건 누구라도 공감하는 지역이었다. 


 나는 전세로 집이 물려 있어서 집주인이 전세 만료일에 돈을 안 준다고 하고,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잘 없는 시기를 겪어봐서 그게 어떤 심정인지 잘 안다. 소위 하락기에 내가 '살' 집을 산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전세로 내 목돈이 묶여서 역전세가 나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전세 제도를 비판할 의도가 아니라 지금 같은 시기에 전세로 살아도 편안하지만은 않더라는 말이다. 이건 진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도 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내가 주인이 아니라 얹혀사는 사람 행세를 해야 되는 것도 고역이다. 


집에 대해 별다른 뾰족한 답이 있을까 싶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조금은 보편적이지 않은 생각일지라도 나 같은 생각을 사람도 있다는 걸 정리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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