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이팅과 TMI
UX라이팅의 대원칙 중 하나로 꼽히는 간결성이 여기 있네요. 간결성은 할 말만 하라는 거죠. 아니, '할 말'이 아니라 '필요한 말'만 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있잖아요. 많은 서비스들이 할 말이 그렇게 많은가 봐요. 조언이랍시고 하는데, 실상은 잔소리인 거죠. 그럴 때마다 생각해요.
'아니,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이면 이런 말까지 하는 거야?'
그런데 맞아요. 사용자인 저는 바보 맞아요. 바보니까 서비스가 제공하는 설명에 따라서 기능을 이용하고 있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바보는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아요. 그럼 뭐야? 라고 물어보겠죠?
제가 말하는 바보는 '서비스가 제공하는 설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즉, '글을 읽지 않는다'이지, '글을 읽지 못한다'가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작은 화면에 그렇게 많은 글자가 있는데, 누가 다 읽겠어요. 해당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도 다 안 읽을걸요? (저도 다 안 읽음..)
한편으로 Makers도 안 읽는데, 사용자에게 수많은 문구를 다 읽으라고 하는 것은 책임감이 없는 거 아닐까요? 그럼 이 책임감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를 UX라이터의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해요.
우선 첫 번째 입니다. 면피용으로 모든 문구를 다 넣는 거예요. Maker의 입장에서 '우리는 다 표기해 뒀는데, 사용자가 읽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거죠. 다르게 말하면, Maker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사용자에게 떠 넘기는 거죠.
상당히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UX 자체를 바꿔야 하죠. 촌스럽게 문구를 바꿔서 해결하려고 하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은데, 저는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말해요.
'문구만 바꾼다고 사용자가 읽을 것 같나요?'
하지만 UX를 바꾸는 일은 최후의 보루예요. 시간도 그렇거니와 개발 공수부터 새로운 플로우, 디자인까지 상당히 많은 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럼 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하나하나 문구를 쳐내요.
'이거 필요 없지?' 삭제할게, '이거는 숨겨도 되지?' 옮길게 등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문구를 최대한 퍼트려요. 의미가 담긴 문구를 하나씩 옮길 때마다, 각 담당자에게 의견을 물어보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장'이에요. 법무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많이들 바쁘시다보니, 한 문장 수정하는데, 한 문장 옮기는데, 하세월이 걸리죠. 그래도 우리는 해요. 그게 UX라이터의 역할이니까요.
두 번째,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설명하고 싶어해요. UX가 발전함에 따라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사용자는 별 생각없이 다음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기업이나, IT 기반이 아닌 회사들은 '말'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요. 즉, 한정되고 아주 작은 모바일 페이지를 수많은 문구로 도배하고 있어요. 기술서를 작성하듯이 말이죠.
그러면 안 된다라고 말을 해도, '이 내용을 작성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어떻게 기능을 이해하고 쓸 수 있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너무 친절하려고 하는 거죠. 제가 앞에서 사용자가 바보라고는 했지만, 기능을 이용하지 못하는 바보는 아니에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모든 문구를 간결하게 쓰라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필수 문구만 남기고 나머지는 UI든, 플로우는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을 해주라는 것이죠. 절대 과잉친절할 필요는 없고, 시의적절한 때에 꼭 필요한 문구를 보여주세요.
최적의 문구 비율에 대한 내용도 하나 있는데요. 미국의 인터콤이라는 회사의 연구 결과가 있어요. 매직넘버로 36%를 꼽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https://www.intercom.com/blog/text-in-mobile-app-design/?ref=uxdesignweekly)
그러면 UX는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을까?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맥락'을 설명하면 돼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 따라 구성한 화면요소들이 이를 설명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UX를 함께 고려해야 하죠. 단순히 문구만 간결하게 만든다고 명확성이 증대되지는 않거든요.
왜 그러냐면 가독성 때문인데, 텍스트 비율이 너무 높으면 사용자는 부담을 느끼고, 되려 너무 낮으면 정보 전달이 부족해져요. 많은 사람들이 문장이 짧아지면 가독성이 높아진다라고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가독성은 많은 텍스트를 빠르게 읽는 것도 의미하지만, 문장을 구성할 수 있는 충분한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필수 요소가 콕콕 박혀 있어야 비문이 형성되지 않고, 사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써 구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가독성을 위해서 문장을 짧게 만들었어'라는 말보다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했어'라는 말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