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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비 Jan 14. 2021

준비되어 있지 못한 한심한 나

2021.01.13.


  하루 전날 아내의 할어버지가 위독하셨다가 다행히도 괜찮아 지셨다는 연락을 받았었는데 당일 오전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를 위로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검정색 양복이 없어 가지고 있던 정장중 가장 짙은 색의 정장을 찾았다. 그 정장을 입으려 옷장을 열었는데 바지가 트여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얕은 스트라이프의 남색 정장을 꺼냈다. 정장 안에 입을 와이셔츠를 찾는데 흰색의 와이셔츠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옷장을 뒤졌는데 보이는 와이셔츠는 사이즈가 작거나, 누런색이 도는 와이셔츠뿐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와이셔츠를 찾아 정장과 함께 입어 보았다.


  결혼식 때 맞춘 정장이라 이미 살이 쪄 정장 상의 단추는 채워지지 않았고 흰색의 와이셔츠는 스스로 하얗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준비되어 있지 못한 한심한 남자가 서있었다.


  회사 본부장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기회는 어느 순간 갑자기 온다. 그렇기에 항상 준비해야한다” 이 이야기가 와 닿은 순간이었다. 평소에 옷 정리를 깔끔하게 해 두었다면 나의 옷차림에 한심해 하기 보다는 고인에 대한 더 깊은 추모와 남은 자들에게 애도하는 것에 더 집중 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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