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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Dec 12. 2022

라이터스 블럭


막상 책을 펼쳐들었지만,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머리 속만 복잡하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10분도 넘게 걸리는 걸 깨닫고 보니 내가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걸 알았다. 지금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라 행간의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요즈음 나는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라이터스 블록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뭐라도 쓴 사람은 그저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부럽고 대단해 보인다. 묵직하고 방대한 저작을 손에 쥐고 놓치 못하고 있을때는 마음이 산란해져서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은 이렇게 잘 쓰는데 나는 어쩌면 좋은가 하는 질투와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는 한 줄도 쓰기 힘든데 어떻게 이 사람은 이렇게 할 말과 할 수 있는 말이 많은걸까 싶은 자괴와 열패감이 머리속을 마구 휘저어 놓는다. 


결국, 다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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