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샷추.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사실 별 거 없다. 복숭아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잔 섞어서 마시기 시작한게 기원(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도 필요없는데.. ㅎㅎ)이다. 커피가 아이스티의 단맛을 중화하고 끝맛의 찐득거림을 쌉싸름함으로 휘감으면서 깔끔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원래 상품으로 나온건 아니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검색에는 2018년부터 입에 올랐다고 적혀 있다. 내가 처음 맛을 본건 한 2년 전 쯤 된다. 소주에 맥주, 사이다, 박카스 등 각종 음료를 섞어 커스터마이징 했던 우리 민족은 드디어 음료의 영역에도 혼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회사 직원들과 카페에서 아샷추를 주문하니 이상하고 신기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진다. '그게 뭐에요?' '무슨 맛이에요?' '저도 마셔볼래요' 등등. 마치 신기한 외국 문물이라도 접한 듯이 화제가 됐다. 소문과 유행은 퍼지고 흘러 조만간 8층의 대세 음료가 될 듯 하다. 이러다가 권 팀장의 아이덴티티가 아샷추 전도사로 굳어질 지도 모르겠다. 민망하다.
변종은 진화한다. 아샷추에 이어 레샷추, 자샷추도 등장했다.(사실 진작 나왔었다) 간혹 실험적인 인간들은 민트초코와 밀크티에도 에스프레소를 섞어 먹는다고 하니 '샷 추가'의 영토는 아직도 미개척지가 많다.
이런 면에서는 역시 시장의 움직임이 빠르다. 커피 브랜드 이디야는 '집에서 마시는 아샷추'의 컨셉으로 스틱 제품을 출시했고, 파리바게트는 복숭아 홍차에 샷 추가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내가 서식하는 광교에 몇몇 아샷추 맛집이 있어 추천해본다. 광고 아니다. 100% 내돈내산. 1순위는 광교카페거리에 있는 도미닉 커피랩. 커피가 워낙 맛있는 집이라 아샷추도 인기가 좋다. 상큼한 아이스티와 커피의 묵직함이 무척이나 조화롭다.
원래 에그타르트 전문점인 나따오비카에는 복숭아티가 없어서 레몬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해서 마셔봤는데 맛도 좋지만 비주얼이 일품이다. 자기도 처음보는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이 신기했는지 사장님도 여러 차례 되묻는다. 그 가게는 내 덕에 곧 레샷추 맛집으로 등극할 듯.
아샷추는 아바라(아이스바닐라라떼) 같은 단순 줄임말은 아니다. 순종을 섞어 혼종 혹은 변종을 만든다는 실험 정신과 좋아하는 맛을 골라 취사선택하는 실용주의의 상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글이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시장에서는 기존 메뉴를 수정해 독창적 레시피로 탄생시키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모디슈머'라고 지칭한다. 대단한 혁신까지는 필요없고 일상의 영역에서 이것저것 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모디슈머의 정신, 지금 우리에게는 이게 필요하다.
정치의 계절이다. 이쪽 당이나 저쪽 당이나 모두 순종적인 순종만 살아남은 선거판이다.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지만 결정이 어려운 건 여전하다. 정치도 좀 섞어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에서의 투표가 아샷추처럼 각각의 장점만을 섞어 커스터마이징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 사회가 아샷추의 정신으로 굴러갈 수 있기를 너무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