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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룻강아지 Dec 11. 2020

평행세계의 개미와 베짱이

삶이 그럴 리 없다

개미는 일을 열심히 하고, 베짱이는 열심히 놀아서 결국 겨울에

개미는 살아남고 베짱이는 굶어서 얼어죽었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해.



일단 개미의 입장을 보면,

동화에서 개미는 베짱이를 보면서 '나는 일만 하는데 저놈은 맨날 놀고 있어!' 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개미는 그렇게 생각을 안했을거야.

개미는 뭔가를 열심히 저축하고 모으는 것에서 기쁨을 느꼈을 것 같아.

마치 요즘의 파이어족들처럼 말야. 어쩌면 모은 비스킷 조각들을 가지고

초콜릿 조각 선물시장에 투자해서 연평균 15%의 복리를 창출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반대로 베짱이의 입장에서도, 펀펀 놀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베짱이는 매일같이 노래를 부르고 발성연습을 해도 3옥타브 미를 낼 수 없어서 

매우 고심하고 있던 상황일지도 몰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건 절대로 즐겁기만 한 과정은 아니지. 

그렇지만 어쨌든 베짱이는 그 고뇌의 과정까지도 모두 즐거웠던 거겠지. 

개미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즐거웠듯이 말이야. 그러다가 분명히 득음을 했을거야.



둘의 천성이 달랐던 거지. 누구 하나가 옳고, 누구 하나가 틀렸던 게 아니야.



그리고 분명히 둘 다 즐거웠을 거야. 자기한테 맞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겨울이 왔지. 베짱이랑 개미는 모두 삶이 짧기 때문에,

겨울은 아마 베짱이와 개미의 황혼기로 봐도 될거야.

개미는 열심히 모은 것들을 가지고 따뜻한 집에서 편안히 살았고,

베짱이는 아무것도 모으지 않아서 얼어죽었다고 하지만 난 믿지 않아.



개미는 일단 열심히 모은 것들을 가지고 따뜻한 집에서 살았고,

베짱이는 그동안 열심히 노래를 했으니 다른 베짱이를 가르치거나,

개미가 보는 TV에서 콘서트를 했을 수도 있겠지.



둘 다 옳았던 거야.

그냥 각자의 인생이 달랐던거지.



그러니까 결국 인생은 무엇을 선택해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

그냥 자기의 마음에 따라서 선택하면 되는 것 같아.

이 길이 옳은가? 내가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가 염려가 되긴 하겠지.



개미는 이렇게 열심히 모았고 투자했는데 개미대공황이 와서

초콜렛 시장이 폭락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을 거고.

베짱이는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되는데 나는 재능이 없나. 겨울에 얼어죽으려나. 이런 걱정을 했을 거야.

하지만 결국 둘다 행복해졌을거고,

개미의 삶도 베짱이의 삶도 아름다운 것이었어.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p.s

아무리 봐도 이게 애들한테 더 맞는 버전 아닌가 싶다.

원작 동화는 너무 징벌적이야. 잠재의식에 절대로 놀면 안된다는

해괴한 사고방식을 심어주고... 삶은 그런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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