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의 여행코드
아빠(이하 JS)와 함께한 두 번째 가족여행은 한 통의 문자로 시작되었다.
For Your Information,
나(이하 HY)의 첫 가족 여행은 2018년 온 가족이 함께한 후쿠오카였다.
그리고 내가 count하는 두 번째 가족 여행은 엄마(이하 SS)와 함께한 태국 여행이다.
엄밀히 이번 여행은 HY에겐 세번째이지만, JS와는 두 번째가 맞으니까, 이번만 두 번째라고 칭하겠다.
대만을 가려던 JS는 HY가 친구와 오오사카로 놀러간다는 소식에, JS는 딸을 챙기던 예전 방식*을 그대로 이번 여행에 적용하기로 했다. 딸의 일정에 맞춰 일본으로, 기타큐슈로 계획을 잡은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 이 집의 아들(이하 HK)에게도 언제나처럼 제안을 했으나 무소식이 희소식인 아들을 기다리기엔 JS는 성미가 급했다.
*JS는 HY가 대학생일 때는 주거지를 학교 바로 앞으로 옮기기도 했으며, 직장인이 된 HY의 자취방에 (불쑥) 나타나기도 하며, 따로 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HY의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JS 나름대로 HY를 care하는 방식이었으리라. 그래서 HY는 이번 여행도 JS의 방식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된 여행 일정은
JS & SS : 기타큐슈 12/11~12/18
HY : 기타큐슈 12/11~12/16, and 오오사카 12/16~12/19
JS는 딸이 가는 곳을 따라 일본으로 여행지를 정하고, 번잡함이 싫어서 조용하고 익숙한 기타큐슈에 머물기로 했다. SS는 정해진 것들을 따르는 것에 아무 불만이 없었다. JS도, SS도, HY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HY는 이미 결제한 항공편을 1회 변경했고, 기타큐슈에서 오오사카로 가는 신칸센 시간을 오래도록 고민하다 역시나 1회 변경했다.
HY도 이번 여행이 좋았다.
JS와 함께라면 맛있는 여행이 될 것이니까
SS와 함께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
교통편만 알아서 하면, 먹고 자는 건 JS와 SS의 전폭적인 지원이 약속되었으니까(?)
게다가 교통편 조차도 <생일>과 마침 기분이 좋았던 JS의 <용돈 ATM 인출 사건>과 준비성이 투철한 SS의 <현금봉투> 덕분에 해결했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
(HY의 약간의 자기 변명 start, 결국 very thankful하다는 이야기)
스무살이 되면서부터 용돈을 거부하고 학비를 책임지며, 돈이 필요하면 일을 늘렸던 HY였지만,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아주 오랜만에 받은 거대한 용돈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십대 때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용돈을 받는 것이 죄스러웠다면, 지금 이 순간의 용돈이라는 것은 책임질 것이 하나 없던 어린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어른의 무게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나보다 어른의 노오란 애정이 마음을 들뜨게했다.
오오사카만 갈 때에는 아침 비행기였다. 그러나 변경된 일정으로 함께 가는 기타큐슈 일정은 오후 4시 출국이었다. 그 또한 HY를 기분좋게 하였다. 느린 기상, 여유로운 출발,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남편이 꼭 아버님(JS) 커피 사드리라는 것도 삼고초려 끝에 성공하고
다 큰 딸(HY)에게 아직도 사주고 싶은 게 많은 SS의 선물공세도 기쁘게 받아버렸다.
HY는
성숙하고 싶던 스물을 지나
철없고 싶은 서른 그 어디 중간이 되어있었다.
언젠가부터 여행메이트가 되어버린 루피와 이번에도 함께했다.
인천공항-기타큐슈 여행시간은 1시간 25분. 생각보다 더 짧다.
이륙 후, 비행기 안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안내사항 - 기장 멘트 - 안전 벨트 표시등 - 기내식 및 간식(물) - 면세 제품 판매 개시가 끝나기가 무섭게 착륙 예정 안내 - 착륙 준비가 이어진다. 마치, 하늘로 올라서자마자, 잠시 쉬고 다시 내려가는 듯 했다.
드디어 올라왔군 싶더니, 바로 내려간다.
그리고 비행기만큼이나, 공항에서 시내로 넘어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JS와 SS는 놀랄만큼 능숙하고, 일사분란했다.
HY는 그저 시키는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HY가 모르는 사이 JS와 SS는 이번 기타큐슈 방문이 여섯번째였다.
나중에 듣고 보니, JS와 SS의 첫 일본여행지는 기타큐슈였다.
JS는 자연스럽게 입국심사에서 줄 안내를 돕는 한국인 직원과 인사를 했다. 심지어, 한국인 직원이 먼저 말을 걸었다.
ㅡ "어머, 어쩐 일로 또 오셨어요?"
ㅡ "아니, 오라고 했잖아요~ 지금이 딱 오기 좋을 때라고~ 그래서 왔지요."
서로 맞담배를 핀 사이란다.
SS는 세관을 통과하고 출구로 나오자마자, HY에게 지시를 한다.
ㅡ "밖으로 나가면, 버스 정류장 있어. 거기에 캐리어만 갔다놓고 서있으면 돼. 아마, 벌써 누가 캐리어 줄 세워놨을 거야. 조금만 지나면 줄이 길어지니까, 먼저 가있어. 엄마는 버스표 사서 갈게."
갑자기 내맡겨진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밖으로 나서니 앞에 정류장이 보이긴 한다. 설명과 달랐던 것은 HY의 캐리어가 첫 번째였다는 것이다. 1등 이었다.
JS는 자신의 캐리어를 들고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캐리어를 HY에게 넘기고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Smoking area를 향했다. 곧 버스표를 들고 SS가 나왔고, 목이 마른 HY는 엄마의 허락을 받고 편의점에서 물을 샀다.
약 40여분을 버스를 타고 나니,
우리는 숙소가 있는 고쿠라역에 도착했다.
남들 다 내리는 곳에서 우린 내리지 않았다.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SS의 구글링과 경험에 따르면 고쿠라역 앞과 뒤편 사이는 걸어가면 돌아서 가야만 하기 때문에 멀어서 우리는 뒤편에서 내리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숙소는 뒤편과 가까웠다.
HY는 여행의 시작이 놀라웠다.
JS와 SS는 HY의 생각보다 대단했다.
JS와 SS에게는 기타큐슈가 너무 익숙했다.
JS X SS : 내겐 너무 익숙한 기타큐슈 끝.
#기타큐슈 여행 꿀팁
1. 공항에서 고쿠라역(시내)로 가는 버스가 30분 간격이고, 줄이 길어서 놓칠 수 있으니 역할분담(티켓팅 1인, 정류장 줄서는 1인)을 잘 해서 꼭 미리 줄을 서세요.
2. 캐리어만 잘 가져다놓으면 됩니다. 사람이 없어도 캐리어만으로도 줄 세워진답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가 담배피시는 동안 캐리어만 정류장에 잘 줄 세우고 엄마와 둘이서 편의점에 다녀왔어요.)
3. 무작정 고쿠라역에서 내리지 마시고, 나의 호텔이 고쿠라역 앞 또는 뒤 중 어디가 가까운지 꼭 확인하세요. 고쿠라역은 횡단보도가 있긴 하지만, 전체 길이 육교로 연결되어 있어서, 무작정 가다간 뱅뱅 돌거나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게 될 수도 있어요. 버스는 고쿠라역 앞쪽과 뒤쪽에서 각각 하차를 하니, 꼭 더 가까운 곳에서 내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