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 독후감
“새터민, 이런 애들이 확실히 실력이 떨어지지”.
한 교수는 그 때문에 다른 애들을 뽑지 못해 아쉽다고 거들었고, 시험을 총괄하던 책임 교수는 이런 애(새터민)들을 안 뽑으면 정원이 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던 교수들에게 반박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대학 입시 시험을 치를 때 들었던 말입니다.
책 <20대 남자>는 원인을 추측했지만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원인 중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원인은 ‘맥락이 제거된 공정’입니다.
저는 완벽한 공정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일 처음 언급한 사건은 전통무용시험장이었습니다. 당연히 전통무용을 접하지 못한 새터민들과 어릴 때부터 교습을 받은 학생들 실력은 천양지차 일 겁니다.
우수한 전통무용가가 나오기 위해서는 새터민, 농어촌 전형 등을 모두 제거하고, 무용 실력만으로 학생들을 뽑아야 할 겁니다.
조금 더 확대해서 ‘수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특별 전형 모두를 없애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객관식 시험만으로 줄을 세우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공정한 절차가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정한 경쟁이라 생각하는 정시를 늘리면 오히려 결과는 불공정하다고 합니다.
아래 기사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대 남자>를 쓴 저자의 기사입니다.
<시사인, ‘정시 확대가 가져올 딜레마’>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93
제가 생각하기에 공정한 과정은 중요하지만 ‘오늘, 이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한 건 결과입니다.
공정한 과정을 위한 노력은 공정한 결과를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책에서 25.9%의 강한 정체성 집단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페미니즘’,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책에 유독 강한 반감을 표시하며 공정성을 외치는 집단.
이 집단의 클릭률을 높이려고 페이스북의 ‘인사이트’, ‘봉봉’ 등의 언론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성전’(종교가 아닌 성별)을 유도 할 기사를 만듭니다.
여성 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25.9%의 정체성 집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이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설득하나요?
이전 직장에서 극장 관리를 했습니다. 하루는 극장에서 성평등 간담회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학교였기에 여학생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에서는 ‘남자 문화평론가’를 초청해 사회를 부탁했고, 이외 다른 패널들은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간담회가 아니라 간증회가 됐습니다. 중립을 자처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으려던 남자 문화평론가는 순식간에 ‘중립’을 지켰다는 이유로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하나, 하나 학생들이 울기 시작했고, 다른 관점을 확인하자는 평론가는 왜 그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냐는 힐난 한 마디에 무너졌습니다.
종교적 간증은 비종교인을 배척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워마드, 요즘은 레디컬 페미라고도 칭하는 집단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결과를 위해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데, 분노만으로는 맥락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25.9%의 정체성 집단이 여성을 넘어 난민, 복지 정책까지도 ‘맥락을 제거한 공정’을 강요하면 어떻게 될까?
심각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결 할 방법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장에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통해 자신도 수혜를 입었음에도 ‘공정’하지는 않다고 말하던 20대 끝물의 회사 동료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갑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