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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덤 Apr 13. 2020

거짓이 없는 단어

거짓이 없는 글과 시,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나무(여학생 초 5학년)


햇빛만

보고 자란

나무

덥지도 않을까?


더운 여름엔

옷을 입고

자라고


추운 겨울엔

벌거벗고

자라네.


나무는

청개구리

닮았네.


보통 이런 시를 아이들과 성인들에게 보여 주고 어떤지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대답을 한다(시를 읽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비슷한 대답이란 어떤 종류의 것일까? 부정적일까, 긍정적일까? 대체로 긍정적이다. 순수, 맑음, 아이다움, 추억, 어린이 등의 단어를 포함한 문장으로 시를 쓴 어린이를 칭찬한다. 아빠 미소, 엄마 미소를 지으며. 시 자체를 칭찬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니, 어떻게 순수한 마음으로 어린이가 쓴 시를 평가한단 말인가?' 이런 반응을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은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동심은 어떤 면에서 환상으로 포장돼 있기도 하다. 우리 기억 속의 '어린이'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만큼 넓은 강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이 사람들을 속이려고 거짓된 표현으로 시를 쓰고 글을 쓴다는 말이 아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환상 속 나라의 동심 가득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어른들의 기준과 평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실제로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록하지 못한다. 관념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그럴싸한 말들을 꾸며서 자신도 속이고 글과 시를 읽는 사람들도 속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이들과 시를 쓰거나 글을 쓰기 전에 이 점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쓰기를 인도하는 사람이 모호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한, 절대 아이들에게서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물론 옳고 그름, 착한 일과 나쁜 일을 구분하면서 그 마음이 글에 담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조금은 강퍅하고 깐깐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오덕, 이호철, 이상석 등 학생들과 오랫동안 글을 써 온 선생님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위의 시는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모두 시를 써요』에서 발췌한 것인데, 저자는 더욱 혹독하게 비평한다.


"한마디로 웃기는 작품이지요. '참 그렇구나'하는 생각에서 웃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시시해서 웃는 것입니다. 또 이런 걸 썼군, 흉내 내었구나 하는 생각에서 웃는 것입니다. 감동은 말할 것도 없고 재미조차 없는 글입니다. 이 글은 어느 잡지에 실렸던 것인데, 교실에 나붙는 작품도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이런 것을 그대로 흉내 내어 쓴 글이 거의 전부라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쓰는 게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원리이지만, 쉽지 않다. 특히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써보라고 했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받아보기가 더 어렵다. 이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모두 시골에 살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건 아닐 테다. 생각이든 감정이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선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시다운 시, 글다운 글이 나온다. 어른들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진실한 시와 글을 읽으면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심란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치유의 역할을 한다. 책에 소개된 진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시를 읽다가 끄적여 봄.



팔려 가는 소(6학년)


소가 차에 올라가지 않아서

소 장수 아저씨가 "이라"하며

꼬리를 감아 미신다.

엄마 소는 새끼 놔두고는

안 올라간다며 눈을 꼭 감고

뒤로 버틴다.

소 장수는 새끼를 풀어 와서

차에 실었다.

새끼가 올라가니

엄마 소도 올라갔다.

그런데 그만 새끼 소도

내려오지 않는다.

발을 묶어 내릴려고 해도

목을 맨 줄을 당겨도

엄마 소 옆으로만

자꾸자꾸 파고들어 간다.

결국 엄마 소는 새끼만 보며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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