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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피스토 Oct 13. 2022

다 억척이다

다 억척이다     

-신 주 현     


시멘트 바닥 위로 

덤불이 바지랑대보다 높이 자랐다

그것을 쥐어 잡고 들어올리자

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굵고 허연 뿌리가

몸 비틀며 드러난다

흙을 향한 억척이 키워낸 덤불

티티카카 호의 갈대도 스스로 몸을 엮어 섬 되었다니

갈대의 억척이 섬을 만든 셈.

뒷산 숲을 꽉 채워 울렁이는 것도

만조의 바다를 보지 못한 바람의 억척이다

덤불 끌고 가는 뿌리의 시선 끝에 

기어이 땅 한 뙈기 보인다     

그곳에 진짜 이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기발표작 <시와시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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