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주 현
시멘트 바닥 위로
덤불이 바지랑대보다 높이 자랐다
그것을 쥐어 잡고 들어올리자
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굵고 허연 뿌리가
몸 비틀며 드러난다
흙을 향한 억척이 키워낸 덤불
티티카카 호의 갈대도 스스로 몸을 엮어 섬 되었다니
갈대의 억척이 섬을 만든 셈.
뒷산 숲을 꽉 채워 울렁이는 것도
만조의 바다를 보지 못한 바람의 억척이다
덤불 끌고 가는 뿌리의 시선 끝에
기어이 땅 한 뙈기 보인다
그곳에 진짜 이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기발표작 <시와시학>,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