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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Sep 24. 2021

오늘의 구름




   아이들이 공방에서 비누를 만드는 동안 근처 카페에 앉아 시를 읽는다. 택시를 타고 모르는 동네로 왔다. 낯선 동네의 낯선 카페에 앉아 익숙한 시를 읽는다. 오늘 처음 보고 마지막으로 볼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시선을 두고 커피를 마신다. 이 도시에 산 지 오래됐지만, 내게 이 도시는 아직 낯선 도시로 머물러 있다. 지역 뉴스를 들을 때면 이질감이 든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인근 도시의 지명이 어색하다. 어쩌다 흘러들게 된 곳에서 뜻밖에 오래 머물게 된 여행자처럼, 나는 아직까지 이 도시를 흠뻑 사랑하지 못했다. 마음 깊은 곳까지 오래, 길게 나눌 사람을 못 만났다. 지나치다 흩어졌고, 내 곁에 올 뻔했지만 밀어냈고, 미처 알아채지 못해서 떠난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시를 쓰기 전에 알던 사람들은 섬에 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혼자 육지로 나와 시를 쓰려고 발버둥 치면서 웃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시를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할 사람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쉽게 단정 지었다. 사람을 곁에 두기 어려워졌다. 시를 버리고 섬으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다시 웃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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