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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Oct 24. 2021

오늘의 구름




   카페에서 시를 읽다 문득 가구가 옮기고 싶어졌다. 물론, 가구 옮기는 내용의 시를 읽었을 리 없다. 문득, 카페 의자가 너무 편해서 든 생각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큰아이와 작은 아이까지 함께 힘을 합해 커다란 책상을 방에서 거실로 옮겼다. 각자 다른 책상을 써왔던 아이들이 같이 쓰게 될 하나의 책상에서 일어날 분란을 미리 방지하고자, 마스킹 테이프로 정 가운데 선을 그었다. “엄마 어릴 때는 짝꿍과 서로 자기 자리로 넘어오지 말라고 싸웠었어. 그래서 칼로 선을 그어놓곤 했지.” 개인 책상을 쓰는 요즘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신기해할 아주 먼 나라 이야기. 책상을 옮기기 위해 원래 있던 가구가 있던 자리를 정리하다 보니 작은 아이가 만든 종이접기, 각종 만들기 작품들이 넘쳐난다. 나는 많이 찢어지거나 망가진 것들을 몰래몰래 아이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쓰레기통까지 갖고 갈 여력이 없을 때는 얼른 옷 주머니에 넣거나 검은 봉지에 넣었다가 버린다. 투명한 봉지에 넣으면 들통 날 게 뻔하므로 검은색 봉지는 필수. 무심코 손에 집어 든 것들을 본 아이가, “엄마 그거 버리려고? 엄마, 딱 걸렸어!” 한다. “아니…….”하고 말끝을 흐리다가 반박하기를 포기한다. 웃어버린다. 아이들은 잠들며 말한다. “엄마의 별명은 이제 딱 걸렸어야!” 아이들의 작품은 날마다 늘어나고 전시하고 보관할 공간은 없다. 나의 잔소리가 길쭉해지고 아이들의 수다가 끝이 없는 이유. 밤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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