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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Nov 01. 2021

오늘의 구름




   작가에게 방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결혼이라는 것은 자신의 방이 사라진다는 의미일까. 우리는 결혼 초부터 각자의 방을 가졌었다. 각자 자취하던 방에 있던 살림살이 그대로 신혼집으로 옮겨왔다. 남편도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나도 글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책상이 필요했다. 작은 신혼집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모유 수유를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내가 잠들던 방에 아이와 함께 잠들게 되었다. 둘째가 태어났다. 자연스럽게 내가 잠들던 방에 큰아이와 작은 아이와 같이 잠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여자 셋은 한 방을 사용하는 수면 공동체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자는 동안에도 엄마를 자주 찾는다. 열이 나는 것도 밤중에 일어나는 일 중 하나였다. 잠드는 시간과 공간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엄마로서 당연하다고 여겼다. 시를 다시 쓰고, 퇴고하기 위해 나는 내 방이 없는 아파트를 떠나 카페로 가야만 했다. 코로나 이후엔 카페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이래저래 나는 길을 잃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기숙사 룸메이트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던 나는 혼자 있어야 비로소 글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스무 살에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었다. 아이들 앞에선 아이 엄마라는 가면을 벗을 수 없다. 문을 닫을 수 있는 작은 방이 없다는 것이 기운 빠지게 한다. 작가는 글을 쏟아내면서 충분히 부끄러워지고 충분히 솔직해져야 하며 충분히 후련해져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나는 이해하지 못할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아이들은 시를 모르고, 아직 아이들은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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