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배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종이박스 아래에 깔아놓은 담요가 조금 축축했다. 차로 꼬박 2시간을 왔으니 그동안 오줌을 참다가 쌌을수도 있고 아니면 낯선 환경과 사람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지렸을수도 있다. 다만 인간의 관점에서 전자이길 바라는 수 밖에.
덕배 보금자리 자리도 생각해두지 않아 안방앞에 박스를 두고 한쪽면을 뜯어서 터주었다. 아무래도 박스안의 담요와 핏한 공간이 넓은 거실보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 않겠냐는 계산이었다. 다만 이것 또한 인간의 이기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행히 사료도 냉큼냉큼 잘 받아먹었다. 사장님 내외가 주신 배변패드에 오줌도 싸고 급하게 사온 다이소 삑삑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이곳 저곳 냄새를 맡으며 낯선 곳에 대한 적응하는 듯 했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우리 세 가족 모두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밤이 되자 불을 껐다. 어두워지니 슬금슬금 상자에서 나와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왔다. 혹여나 아내와 아이가 자는 안방으로 들어올까 방문을 잠궜더니 문앞에서 낑낑대었다. 열대야의 여름 밤, 내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세게 틀었다. 그래, 오늘은 함께 자자. 너도 그게 편하겠지?
혹여나 너무 깜깜하면 무서울까봐 책상위의 스탠드 불을 조금 밝혀놓았다. 덕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디로 다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피곤했다. 오후에는 보통 낮잠을 자거나 쉬면서 저녁일을 준비하는데 덕배를 데리고 오느라 오늘은 아침부터 밤까지 풀로 근무한 기분이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내내 덕배가 있는 상자가 신경쓰였다. 덕배도 잠이 안오는 눈치였다.
불안했다. 내가 정말 이 작은 아이를 데리고와도 되는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이 끊이지 않았다. 답변은 없었고 질문만 쌓여갔다. 질문에 짓눌려 잠이 들었다가 또 깨고를 반복했다. 덕배는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