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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티피컬레이디 Oct 26. 2022

아스피 배우자/파트너를 이해하기 1편

뉴로다이버스 커플을 위한 가이드

 고기능자폐스펙트럼, 아스퍼거증후군이 있는 배우자와의 관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은 사실 영문으로 된 것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특히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배우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최근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기에 제가 남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이 꽤 있었습니다. 예민한 감각의 문제, 사회 적응의 어려움, 멜트다운 등과 같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경우의 특징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러한 행동들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고 뇌구조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다수인 정형인의 기준으로 짜여진 세상에서 살아온 정형인 배우자로서 전혀 다른 뇌구조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아스피 배우자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공존을 하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아스피 배우자가 의도치 않게 한 언행들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오해를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서로를 점점 더 이해하지 못하며 관계가 더 악화되게 됩니다. 


 오늘 글은 제가 살고 있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ASD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비영리단체인 '아스퍼거 빅토리아'에서 뉴로다이버스 커플/부부를 위해 웹사이트에 공유한 글을 참조하여 작성했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과 로맨틱한 관계를 맺는 것은 끈끈하고 보람된 경험일 수도 있지만 매우 어렵고 도전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특히, 결혼이나 집 장만, 육아와 같이 아스피의 일상을 뒤바꿀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아스피 파트너가 그 스트레스와 변화를 잘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아스피 파트너의 장점과 강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다른 뇌구조와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아스피 개개인은 모두 다르고 그 결혼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형인들도 개개인이 모두 다른 것처럼 "한 사람의 아스피를 만났다면 당신은 한 명의 아스피만을 본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폐인들도 모두 자신만의 성향과 장단점을 달리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결혼 생활이 그런 것처럼,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경우에도 커플의 문제는 두사람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음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필요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해당 글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파트너와 이야기를 할 때, 정형인 배우자가 일반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꼽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명확하고 정확히 전달할 것; 감정이 아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을 따를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겉으로 한 말과 속 뜻이 동일하도록
기대하는 바와 필요한 것을 솔직하게 말할 것; "힌트나 암시" 또는 미묘한 방식은 아스피 파트너에게는 별 효과가 없음


 나아가 아스피 파트너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려는 경우, 더 많은 도전적인 상황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스피 배우자는 아이 양육을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어려워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라고 말이지요.

양육과 같이 요구 사항이 많아지고 책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가게 되면, 아스퍼거증후군의 특성이 더 심해지고 두드러지게 됩니다.
또한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일상이 중요한 아스피에게 아이 양육은 일상을 어그러뜨리는 일이 됩니다.

  해당 글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고, 그 강점에 맞게 일을 분담하는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하던 활동을 계속 같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고, 아스피 배우자는 아스퍼거증후군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이지요. 나아가 가능하다면, 출산과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집안일을 도와 줄 청소부, 아이돌보미, 정원사, 재정 전문가 등을 알아보는 것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적인 대비책들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사실 뉴로다이버스 관계 속에서 가장 어렵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소통, 공감, 교류에 대한 부분일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서로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아스피 배우자와 이야기나 논쟁을 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스트레스가 사그러들 때까지 기다리고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공감 자체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특히 정형인 배우자는 상대방의 언행을 절대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가능한 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라고 강조합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글로 써서 소통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저도 늘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막상 감정적인 상황이 되면 실천하기 쉽지 않아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정형인인 제 뇌구조는 상대방과 감정적 갈등이 생기면 이를 대화를 통해 해소하고 싶어하고 제 입장을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어하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상대방이 가장 친밀한 관계인 배우자라면 말이죠. 하지만 아스피 남편은 그러한 상황에서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셧다운, 멜트다운 상태가 되기 쉬워집니다. 아마 이 순간이 저희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힘든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 마음을 몰라주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남편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고, 남편은 온갖 과부화가 걸려 제대로 기능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될 테니까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수 년에 걸쳐 노력하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글에서 조언하는 것처럼 공감 자체에 대한 생각은 미뤄 두고, 갈등이나 의견 충돌의 원인이 된 부분에 대해서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남편이 제 말을 듣지 않고 피하거나 대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상처 받지 않고, 시간을 좀 가진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고 대화를 종료합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라면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하구요. 이 소통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아마 따로 글을 통해 더 자세히 다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해당 글의 조언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아스피 배우자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비롯한 대소사 처리를 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써서 지침을 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요청은 단순하게 해야 하고, 또는 더 작은 단계들로 나누어 요청해야 한다고도 덧붙이죠. 정형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거나 명확한 것일지라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정형인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이라고 절대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도 합니다. 무언가를 요청할 때 차분하게, "왜" 그런 요청을 하는지를 설명한다면 요청을 한다고 해서 (그리고 자세히 설명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을 거슬리게 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죠. 


 이 부분 역시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게 되기 전에는 갈등을 유발하는 큰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왜 알지 못하는지, 왜 알겠다고 대답해 놓고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지... 남편에 대해 답답하게 느껴 짜증내고 화냈던 부분들이 사실은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아스피들은 무언가를 하는 것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적 교류나 소통보다는요. 그래서 제 남편도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고 이것저것 무언가를 해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필요해서 도움을 요청한 일, 누가 봐도 제일 필요한 일을 해 주기 보다는 우선순위 최하위에 있는일, 가령, 환풍기 청소 같은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따른 특징들을 이해하고 위 조언처럼 실질적인 업무 분담이나 도움 요청을 하는 것은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그게 정형인인 제게는 좀 부자연스럽고 드라이하게 느껴진다해도 말이지요. 


 그리고 해당 글에서는 또 다시 양쪽 당사자들 모두에게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배우고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서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이죠. 2편에서는 아스피 배우자와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멜트다운 예방'과 '친밀감 유지하기' 부분에 대해 더 이야기 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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