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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티피컬레이디 Oct 26. 2022

아스피 배우자/파트너 이해하기 2편

뉴로다이버스 커플을 위한 가이드

지난 1편에 이어서 아스피 배우자/파트너를 이해하고 갈등을 최소화하고 함께 하기 위한 팁들에 대한 이야기 계속 해보도록 할게요. 겪어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뉴로다이버시티가 존재하는 모든 관계 속에서 멜트다운을 잘 조절하는 것은 갈등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자녀를 둔 경우이든, 배우자나 파트너가 자폐스펙트럼이든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에 자폐스펙트럼 자녀의 멜트다운을 부모로서 겪는 것에 비해 아스피 배우자/파트너의 멜트다운을 정형인 배우자로서 겪는 것이 더 타격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아를 하다보면 짜증을 부리고 떼를 쓰는 아이를 감당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종종 이런 상황 속에서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하곤 하죠. 자폐스펙트럼 자녀를 둔 경우 일반적인 경우보다 이러한 상황의 강도와 빈도가 훨씬 강하고 자주 나타나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또한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 자녀를 둔 부모님이 자녀의 멜트다운을 겪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형인 배우자는 아스피 배우자의 부모가 아닙니다. 부모라면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녀의 행동을 감싸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배우자 관계는 서로 존중하고 상호 배려와 이해를 해야 하는 사이죠. 그런데 멜트다운 상태에 있는 아스피 배우자는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배려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여러가지 처리 기능들이 매우 떨어지기도 하며,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멜트다운을 겪는 아스피 역시 매우 괴로운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정형인 배우자는 이러한 아스피 배우자의 괴로움 또한 자신의 괴로움처럼 느끼게 되기도 하여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멜트다운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서로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고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스피 파트너의 셧다운/멜트다운 예방을 위해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경우 쉽게 어떤 상황으로 인해 압도되고 많은 휴식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형인 배우자에게 다음과 같은 부분을 알고 이해할 것을 조언하는데요.


-때로 아스피 파트너에게 "휴식"을 주세요: 이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아스피 파트너가 감각 과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아스피는 다중으로 들어오는 대화를 잘 처리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대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대화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식으로 대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가족 모임을 포함해서 아스피 배우자가 압도될 만한 상황은 미리 언급을 해야 합니다.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행사나 모임에 혼자 참석하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세요. 정형인 배우자에게도 더 쉽고 아스피 파트너에게는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아스피 파트너가 사회적 교류로 인해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쉴 수 있도록 컴퓨터나 혼자 하는 취미를 하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그들에게는 이것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것입니다.
아스피 파트너가 퇴근 후에는 특히 많은 휴식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세요.
파트너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누구에게 그리고 언제 말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고 열린 계획을 세우세요.
아스피 배우자가 처음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세요. 이는 단순히 그 생각이 새롭고 그렇기 때문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스피 배우자에게 시간을 준다면 생각해 보고 이러한 생각에 동참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스피 배우자/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또 다른 과제는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스피 배우자는 스킨십과 터치에 매우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터치도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스피 배우자는 감정적, 신체적 필요나 욕구를 자연스럽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고 정형인들보다 친밀함에 대한 필요를 덜 느끼기도 합니다. 말로도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종종 잊기도 하죠. 전문가들은 정형인 배우자가 이런 것들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저 아스피 배우자에게 당신의 필요를 상기시켜주시고 왜 그러한 필요가 있는지 이야기를 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죠.


 흔히 아스피들은 공감능력이 없고 상대를 배려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큰 인기를 끌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말이죠. 전문가들은 제대로 알고 접근 한다면, 아스피 배우자도 이해심과 포용,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며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물론 정형인 배우자와의 결혼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뉴로다이버시티가 존재하는 관계 속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형인인 나의 소통 방식과 자폐인인 상대방의 소통 방식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거나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방식과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하겠지요. 


 정형인 기준으로 소통하도록 짜여진 세상 속에서 정형인으로 살아오면서 저는 당연히 제가 세상을 보는 렌즈가 유일하고 옳은 것이라 믿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다름이 하루 아침에 적응이 되거나 이해가 될 리는 만무합니다. 또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겪었던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와 뒤섞여 극복하기 쉽지 않은 마음의 병들을 남겨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아이와 소중한 가정, 원래 내가 보았던 좋은 점이 많은 남편이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남편을 더 이해할수록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싸우게 되거나 속상하게 느끼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남편도 셧다운이나 멜트다운 상태가 되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부정적이기만 하던 기운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뉴로다이버스 관계에서 분명 서로의 차이를 조율해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어려운 결혼 생활이라고 이야기하고 저도 분명 그런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유지되는 결혼 생활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뉴로다이버시티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적어도 그 노력을 할 수 있는 도구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그 도구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맨손으로 집을 지을 때 보다는 효율적이고 수월하게 집을 지을 수 있겠지요. '아스피 배우자/파트너를 이해하기 1, 2편'의 연재는 그런 의미에서 뉴로다이버스 커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이러한 팁들을 통해 아스피 남편과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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