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이다. 이번 주는 유독 회의가 많았다. 오늘 역시도 그랬다. 오후 늦게야 시간을 내어 결재서류를 볼 수 있었다. 지난달에 현장실사를 진행했던 임대 금형에 대한 결과보고(서)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대충 보기는 했지만, 이른 시간에 회의가 있어 자세히 검토하지는 못했다. 몇 가지 부분은 담당자에게 물어볼 부분도 있었고, 아무튼 이제야 꼼꼼히 내용을 살펴본다.
총 40개사의 190여 개 품목, 지난 한 달여 동안 실사했던 업체와 임대 금형의 개수다. 금액으로는 총 2억이 넘는 액수다. 그중에 대부분은 업체 협조를 통해 그대로 보관을 유지하겠다고 서류에 적혀 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금형만 빼고. 그런 불량(?) 금형은 제 의무를 다했으니, 회사로 가져와 불용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이다. 덧붙여진 몇 가지 내용이 있었으나 주된 요지는 앞서 말한 것이 전부다.
그때 마침내 휴대폰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가 K다. ‘여보세요’라고 하면서 전화를 받았더니 건너편에 다소 격앙된 K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팀장님, 저 K인데요. 내일 주말인데 자재팀 선임자가 출근하라고 하는데, 이유는 재고조사를 한다고. 근데 무슨 재고조사를 토요일에 하는 회사가 다 있습니까? 저야 뭐, OJT 기간이니까 일은 그다지 많이 시키지는 않을 거라고 하면서. 그래도 자재팀에서 하는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니까 반드시 나오라고. 실제로 구매팀이나 자재팀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기는 건가요?’라는 하소연이 섞인 질문이었다.
이른바 제조기업의 구매나 자재에서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가 재고조사다. 재고 실사라고도 부른다. 전산에 잡혀있는 재고와 회사 실물 재고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대부분의 자재는 회사 창고에 보관되어 있어, 재고조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창고관리 상태까지 보게 된다. 물론 임대 금형이나 사급자재처럼 공급업체에 보관된 경우에는, 당연히 업체를 직접 방문하여 실물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재고조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대로 된 재고관리가 가장 큰 목적이다. 먼저 전산 수량과 실물 수량 사이에 오차가 없는지,, 전산 재고 리스트를 들고 다니며 실물 수량을 직접 맞추어 본다. 전산에는 100개로 등록된 자재가 실물 수량이 60개라면 40개의 실물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재고조사를 한다. 또 하나 전산에는 정상 자재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의 자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창고에 너무 오랫동안 보관되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자재는 실제로 쓸모가 없다. 이런 품목들을 제 때 버려야 전산에 허수가 없어지고 창고의 가용 공간이 좀 더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간 입 불출이 없는 자재, 즉 구매 후 신청팀에서 찾아가지 않는 자재도 확인해야 한다. 회사 비용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서 장기간 방치한 결과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 기간만큼의 구매비용과 보관비 그리고 관리비가 헛되이 쓰여지고 있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재고조사를 하다 보면 전산재고와 실물 수량이 맞지 않는 경우는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산이 많거나(실물 부족) 아니면 실물이 남거나(전산 부족) 둘 중의 하나다. 어느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래도 실물이 남는 게 낫다. 이 경우 대부분이 전산처리를 제 때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산처리 지연으로 인해서 발생된 불일치 자재는 전산처리를 하면 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산과 실물의 실시간 처리다. 그런데 현업에서 업무에 쫓기다 보면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정 어렵더라도 적어도 해당 월은 넘기지 말고 전산처리를 하도록 하자.
전산처리가 지연되지 않았음에도 재고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단위(BOM, Bill Of Material)가 과다하게 산정되어 있을 경우이다. 최초 생산 시 산정된 투입자재 A의 원단위를 1.0이라고 하자. 대량 생산과정에서 공정을 개선하고 작업방법을 수정하여 A의 원단위가 0.8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전산에 원단위가 종전 그대로인 1.0으로 반영되어 있다면 실물과 전산 수량은 일치할 수 없다. 실물은 0.8로 소요되는데 전산은 1.0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A를 구매할 때 기준도 당연히 원 단위 1.0이 기준이다. 따라서 실물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는 부품보다는 원료나 접착제와 같은 액체 성질의 자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