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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Oct 13. 2021

'이르다'의 불규칙 활용

feat. 토픽 53번 문항


‘이르다’는 한국어 중급에서 가르친다. ‘국제 통용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 적용 연구’에서는 ‘이르다’를 세 뜻으로 제시한다. ‘이른 아침’은 2급으로, ‘자세히 이르다’와 ‘목적지에 이르다’는 4급으로 설정했다. 4급을 수업하다 ‘이르다’를 가르칠 때면 잠시 멈추고 찬찬히 짚어 준다. 


(가) 아침 9시는 너무 일러. 11시에 만나자. 
(나) 옷을 많이 입고 오라고 여러 번 일렀다. 
(다)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의미부터 설명해야 한다. (가)는 ‘대중이나 기준을 잡은 때보다 앞서거나 빠르다(early)’는 뜻의 형용사이다. (나)는 동사이며 ‘말하다(tell)’라는 뜻이고, 때때로 ‘고자질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다) 역시 동사로 ‘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어떤 정도나 범위에 미치다(reach)’는 뜻이다. 


이때 (가)와 (나)는 ‘르’ 불규칙 활용을 한다. ‘모르다, 부르다, 다르다, 빠르다’ 등 ‘르’ 불규칙 활용을 하는 용언이 적지 않다. 어간이 ‘르’로 끝나고 뒤에 ‘-아/어-’가 결합하면 ‘ㅡ’가 탈락하고 ‘ㄹ’이 덧붙는다. ‘몰라, 몰라서, 몰랐다, 달라, 달라서, 달랐다’가 된다. 초급에서 배운다. 


문제는 (다)이다. 국어 문법으로는 ‘러’ 불규칙 활용이다. ‘르’로 끝나는 어간 뒤에 어미 ‘-어’가 결합할 때 ‘러’로 바뀌는 현상이다. ‘푸르러, 푸르러서, 푸르렀다, 푸르러지다’가 예인데, 해당하는 단어가 4개뿐이다. ‘이르다, 푸르다, 노르다, (빛깔이) 누르다’이다. 이 가운데 ‘노르다, (빛깔이) 누르다’는 외국인이 꼭 알아야 할 단어는 아니다. 우리(한국 사람)도 1년에 한 번 쓸까말까 한 것을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 외국인 학습자에게는 결국 ‘푸르다’와 ‘이르다’ 둘이 ‘러’ 불규칙 활용으로 남는다. 


‘이르다’는 뜻이 셋으로 (가)의 ‘빠르다(early)’, (나)의 ‘말하다(tell)’의 뜻일 때에는 ‘르’ 불규칙 활용을 한다. (다)처럼 도착하다, 도달하다(reach)의 뜻일 때에만 ‘러’ 불규칙 활용을 한다. 그리고 '러' 불규칙 활용은 '이르다, 푸르다' 두 단어만 외국인 학습자에게 제시한다. 



‘이르다’의 불규칙 활용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어 능력 시험(토픽, TOPIK, 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쓰기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픽 53번 문항은 언제나 표나 그래프를 보고 글을 쓰는 문제다. 이때 ‘이르렀다’를 살려 쓰면 중급다운 글이 되어 점수가 좋다. 다들 토픽 쓰기 점수가 낮은 편이라 이렇게 한번 분명히 일러 주는 게 좋다. 




책은 위 글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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