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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연어 Feb 26. 2023

지식이 없는 '지식산업센터'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요즘 부동산 경기가 역대급으로 침체되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신고가를 경신하던 시장은 집값이 반토막이 났다거나 오피스텔이 분양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금리인상과 원자재값 상승은 시장에 공포를 불러왔다. 부동산 규제와 불안한 세계정세도 기름에 물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한동안 시중에 넘치던 유동성은 벼락 거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자산시장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그 결과 짧게는 삼 년, 길게는 칠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먼저 뛰어든 사람이 이 시장의 갑이 되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하락장을 주장하던 인플루언서들은 지탄을 받았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뜨거워졌다. 그랬던 시장이 마침내 서서히 균열이 오더니 장기 하락장으로 접어든 건 아닌지 우려스럽게 식어버렸다. 다만 중장기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우상향으로 돌아설지는 두고 볼일이다.


그동안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는 다주택자의 행보를 철저히 막았다. 집을 두채, 세채 이상 씩 산 사람에겐 세금폭탄을 안겼다. 집은 더 이상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는 강력하고 명확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 좁은 길을 헤집고 사람들은 또다시 틈새를 찾아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식산업센터였다. 예전에는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렀는데 이후에 오피스 위주의 지식산업센터라는 명칭으로 변경이 되었다.


지식산업센터의 최대 장점은 레버리지를 극대화시키고 다주택자가 되지 않아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규 분양은 계약금 10프로만 있으면 분양을 받을 수 있으니(중도금은 대개 무이자) 소액투자로도 얼마든지 건물의(일부지만) 소유주가 될 수 있다. 준공까지 대략 삼 년 정도 걸리니 그 안에 자산가치가 올라가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 되었다.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투자금 대비 수익률인데 그 룰을 최대한 따르는 상품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대출이 분양가의 80~90프로가 나오고(중도금이나 잔금대출도 마찬가지)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까지 주는 상품은 찾기 힘들다(2022.12월로 일몰 되거나 줄어든 혜택참고). 그만큼 사업자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나 서울권의 성수, 문정, 영등포는 서울의 삼대장이라 불릴 만큼 뜨거운 지역이었다. 그동안 이곳을 신규로 분양받으려면 돈이 있어도 쉽지 않았다. 분양사원과 연줄이 있어야만 간신히 배정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혹여나 분양을 받으면 워낙 인기가 많아서 프리미엄을 붙여도 곧바로 팔렸다. 그야말로 자본시장의 꽃이 되었고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몰려갔다. 앞서가는 투자자의 핵심투자처로 지식산업센터가 인식되었다. 


7~8년 전 문정과 성수의 지식산업센터 분양가 가는 평당 800~1,00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 서울 삼대장 교통요지에 건설하는 신규 분양가는 3천만 원을 웃돌고 있으니 가희 상전벽해가 돼버렸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도 엄연히 수익형 부동산이다. 지금은 너무 높은 분양가와 고금리로 인해 월세로는 수익이 전혀 나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서울기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금 10~20프로만 가지고 나머지 금액은 대출로 분양받은 후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를 노렸다. 지식산업센터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개만 가진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만큼 한번 분양받고 전매차익이나 시세차익을 본사람들은 여러 채를 계속해서 분양받거나 구축을 매입했다. 단맛을 본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이 돼가고 있다. 고금리로 투자가 용의 하지 않다 보니 본의 아니게 원래의 권장사항데로 실입주자 시장으로 움직이는 추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는 고분양가로 실입주로 분양받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지식산업센터에는 지식이 사라졌다

작거나 크거나 기업들은 각자의 아이템으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루고 수없는 도전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꿈을 담는 공간이 어느 순간부터 욕망으로 채워진 대상이 되었다. 건전한 투자는 상승장이나 하락장이나 언제나 지속돼야 한다. 다만 너무 과열된 열기는 식힐 필요가 있다. 숨 고르기를 하고 지식산업센터가 본연의 기능을 찾아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건강한 투자가 이루어질 거라 생각한다.


내가 있는 지식산업센터 단지에도 수많은 중소기업과 젊은이들이 입주해 있다. 다양한 업종과 기술, 도전정신으로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아침에 출근할 때나 점심 먹고 단지를 산책할 때면 강렬하고 열정적인 기운이 도는 걸 느낀다. 실리콘밸리만 대단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게 놀랍다. 거기에 관련한 카페, 식당, 술집, 병원, 미용실들도 성업 중이다. 


지식산업센터의 본질은 기업 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선 창업과 경영, 도전이 이뤄져야 한다.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본질을 찾은 지식산업센터의 가치는

분명 다시 올라가리라 본다


지식산업센터가

지혜가 넘치는 '지혜산업센터'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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