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직격'에서는 60년 대생들의 은퇴이야기를 다뤘다. 방송을 보면서 내내 먹먹함이 밀려온다.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오던 세대인데 어느덧 중심에서 물러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누군가의 가장으로 아직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나이임에도 벌써 변방으로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슬픔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나 또한 그 세대의 마지막에 걸려있어 남일 같지 않게 보게 되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발을 디딘 게 어제 같은데 빠르게 다음 세대로 교체되는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최근 10년간 퇴직과 은퇴 동향을 조사한 결과 55~64세 연령층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2021년) 평균 49.3세이고 평균 근속 기간은 12.8년이라고 한다. 정년퇴직 비중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비자발적인 조기 퇴직이 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
2) 생애주기수지 적자전환
소비 지출액이 근로소득을 넘어서는 나이인 생애주기수지 적자전환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2019년 60세로 상승하였는데, 이는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대체 일자리에서의 경제활동 지속에 따라 실질 은퇴가 미뤄지고 있음을 시사함.
3) 실질은퇴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실질 은퇴 연령은 평균 72.3세(2018년)이며,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공식 은퇴 연령(62세)와의 차이는 10.3년으로 각각 OECD 국가 중 가장 긺. 실질 은퇴가 점차 늦어지는 추세로, 경제적 노후준비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문제는 자의 반 타의 반 퇴직을 하더라도 별다른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심지어 주된 일자리 퇴직연령이 49.3세라니 퇴직 이후엔 보다 열악한 근로조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55~64세에 해당하는 나이가 정확히 60년 대생들과 일치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대개 그 정도 기간을 일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니 지금의 60년대 생들이 변곡점에 서있다. 생계가 바빠 노후준비를 할 여력이 없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자녀 학비나 결혼자금, 부모 부양비, 의료비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가장들은 퇴직을 해도 퇴직자로 살 수가 없다. 현업에 있을 땐 일만 하느라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시간을 은퇴 후 보상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밀린 숙제하듯 여가를 즐기려 해도 닥친 현실이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이 상황을 무방비로 가장 빨리 60년 대생들이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세대도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일이 될 테라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주택이나 소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인생을 즐기는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이 느는 추세다. 그러나 살다 보면 매번 그렇게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정을 꾸리게 되면 책임과 의무가 따르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을 가지고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연봉과 근무환경을 보장받기가 힘들다. 그나마 퇴직금이나 모아둔 저축으로 점포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역시 무모한 도전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창업 때문에 생계자금을 모두 날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퇴직자들이 많다. 진퇴양난이다.
지하철 문정역을 나오면 법조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중심에 법원과 검찰청이 있으며 주변이 오피스빌딩과 지식산업센터들로 형성되어 있다. 구로디지털단지나 판교 업무 단지를 연상하면 된다. 이곳에선 다양한 비즈니스가 펼쳐지는데 나도 그 속의 일원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무래도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거리다 보니 식당, 카페의 수가 유독 넘쳐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곳도 있지만 수개월 만에 주인이 바뀌는 점포도 수두룩하다.
얼마 전 가끔 가던 이웃 건물에 짬뽕집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는데 내가 상주한 건물 1층으로 규모를 줄여서 재오픈한 걸 알게 되었다. 해산물도 듬뿍 담아주고 손님도 있어 보여 장사가 되는 줄 알았는데 폐점을 하여서 의외였다. 창업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속에서는 어려움이 컸던 이유일 테다.
재오픈하게 되어 반갑긴 한데 위와 같은 사연을 담은 사장님의 벽보를 읽으니 나같은 뜨내기 손님도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이어나가야 생활할 수 있으니 고민 끝에 매뉴얼을 정비해서 재오픈했을 테다. 타개책으로 점포의 규모는 1/3 크기로 축소하고 음식 가격을 내렸다. 응대는 셀프로 돌려서 인건비를 줄였다.
그러나 재창업의 성공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창업시장이다.
아무쪼록 사장님의 건투를 빈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재취업도 창업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불구경만 하고 있을 건지? 이미 은퇴가 닥친 사람도 그렇거니와 앞으로 맞이하게 될 사람들 또한 실패보다 성공의 확률이 높은 일에 이왕이면 에너지를 쏟길 바란다. 나는 여기서 1인 기업이 그 대안이 되리라 확신한다. 개인의 경험과 가성비로 움직이는 1인 기업이 '불황의 시대'를 헤쳐가는 키가 될 것이다.
당신이 1인 기업이라면
무엇이든 팔수 있다
먹고사는 모든 것이 유통이고 비즈니스다. 카페는 커피를 팔고 역술원은 사주상담을 팔고 직장인은 노동력을 판다. 세상에는 참 많은 제품이 있다. 말 그대로 못 팔게 없고 못살게 없다. 나는 그중에서 컴퓨터를 선택했다. 기업에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능이나 상품이나
무엇을 팔든지 본질은 '사고파는 일'이다.
1만 시간이 주어지면 누구나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반론도 있지만)
하루 8시간, 오롯이 자기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다면 삼 년 남짓 한 시간에 뭘 좀 아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거나 아는 분야는 주도적으로 움직인다. 이 질량에너지가 1인 기업에 쓰인다면 창조적인 결과물이 나오리라 충분히 예상된다. 가장 케어하기 좋은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초보운전자도 삼 년을 달리다 보면 몸이 알아서 운전한다. 변속하거나 전후방 신경 쓰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감이 온다. 심지어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더라도 일정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겁내지 말고 본인의 아이템을 정해서 1인 기업을 시작하면 되는 이유다.
기업에 컴퓨터부터 전산장비까지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컴퓨터 전문가일까?
일반적인 사람보다 컴퓨터에 대한 상식을 조금 더 알 수는 있겠으나 엄밀히 말해 PC 전문가는 아니다. 내 Job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구매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구매를 하다 보니 머릿속에 구매 프로세스가 설계도처럼 그려져있다. 이것은 누구보다 물건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었다. 컴퓨터의 기술적인 부분은 직원들이 하고 나는 구매와 전체 흐름을 조율한다. 구매만 잘해도 1인 기업이 되는 것이다.
1인 기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게 두렵고 낯설어서 매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했다. 비싼 가격으로 매장에 가서 김치냉장고를 사놓고 싸게 샀다고 좋아한 기억이 난다. 사실 그보다 저렴하게 사는 방법이 많았는데도 모르니까 호갱이 되었다. 사업을 하면서부터 고객사에서 발주가 난 제품들을 구매하다 보니 나름의 구매 방법과 노하우가 생겼다. 지금은 직원들이 있으니 일도 분업화가 되었지만 아직도 구매만큼은 직접 챙기고 있다. 아마도 스스로 구매를 가장 잘한다는 생각에 업무를 넘겨주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구매를 조금만 신경 써도 직원의 한 달 인건비를 세이브할 수가 있을 정도다. 1인 기업으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다가 특히나 구매 쪽으로 능력 발휘가 잘 되었던 것 같다.
어느 아이템으로 1인 기업을 하던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쳐야 한다.
그러다 '그중에서 제일 잘하는 업무'가 생기면 집중적으로 키운다.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잘하는 건 살리고 못하는 건 협력하는 게 '1인 기업의 전략이다.
못 파는 물건은 없다
못 파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매월 말에 영업회의를 한다. 매출실적을 보고 그 달의 실적을 분석한다. 매출이 높을 때는 높은 데로 낮을 때는 낮은 데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실제적인 처방이 된다. 요즘에는 코로나나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지는 않다. 같은 시장을 두고도 누구는 잘되고 누구는 안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제품이나 시장 상황보다도 파는 사람의 문제일 경우가 더 많다. 고객이 말한다. 요즘 어려워서 통 못 사고 있다고. 그러나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구매하게 되어있다. 나보다 더 유능하거나 친밀한 거래처에서 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우리가 바로 그 '유능한 영업사원'이 돼야 한다.
처음 1인 기업을 시작하면서 회사에 컴퓨터를 팔겠다고 했는데 아는 건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것도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컴퓨터를 개발하는 사람도 아니고 파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일단 부딪쳐보기로 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면 상품마다 스펙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다. 부품별로 하나하나 공부하고 모르는 건 외웠다. 그렇게 퍼즐을 맞춰가다 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머릿속에 윤곽이 잡혔다.
나의 고객들은 대부분 전산 담당자들이라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어설프게 아는 척을 할 수도 없었다. 미팅이라도 하는 날이면 밑천이 다 나오는 상황이었다. 최소한 파는 사람으로서는 자신이 가진 제품에 대해서 막히는 건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고객과 전화를 하면서도 모를 때는 카다로그를 일일히 봐가면서 통화를 했다. 사정을 모르는 고객은 내가 전산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라도 부족한 걸 매꾸다 보니 어느덧 컴퓨터의 변화와 흐름을 남보다 빠르게 알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