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1) 노하우나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창조형과 (2)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형이 있다. 무엇이 되든 나(1인 기업)는 누구인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달리 말해 브랜딩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전자의 기업은 대표 자신의 경력, 경험, 자격증, 포트폴리오 등이 얼굴이 된다. 꾸준히 한 분야에서 쌓아온 스펙이 그 사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관성 있게 경력관리를 하는 게 좋겠다. 후자의 경우는 자신이 만든 기업 이미지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업계에서 상품처럼 유통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B2B 시장에서 20년간 하드웨어 장비를 기업에 공급하는 일을 해왔다. 후자의 형태라 우리 회사가 쌓아온 총체적인 이미지가 나를 대변한다. 고객사는 개인보다는 회사의 납품실적과 신용을 보고 의뢰를 해온다. 이것이 축적되면 어느 시점에 가서는 꽤 수월하게(?) 매출을 올릴 수가 있게 된다. 바로 브랜딩의 힘이다. 신규 영업을 하지 않아도 고객사들끼리 소개를 해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늘어난다. 기존 고객은 고맙게도 십 년~이십 년을 반복해서 구매한다. 굳이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동안의 쌓아온 브랜딩의 결과로 의뢰가 들어오게 된다.
사업 초기에는 거래처도 적고 인지도도 부족해서 고전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러나 사업이 본 괘도에 오르기 위해선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에 조급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계단식의 성장을 보이기 때문에 영업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회사 브랜딩을 해야만 한다. 보통 복리 이자처럼 매출과 마진이 늘어나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브랜딩을 위해서 처음부터 기업 로고를 만든 후 회사 서류, 회사 소개서, 명함, 홈페이지, 견적서, 발주서, 작업지시서 등에 적용하길 바란다. 가장 기본적인 준비사항이다. 여기에 자기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러한 일관된 행위는 고객에게 일관성과 전문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문서 하나라도 통일시키고 자신의 기업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나는 컴퓨터만 파는 건 아니지만 주로 컴퓨터, 서버, SW 등의 매출이 주를 이루다 보니 기업뿐 아니라 주변 지인(개인)들 또한 컴퓨터 살 일이 있으면 나를 찾는다. 개인을 상대로는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사달라고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오랫동안 하드웨어 사업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컴퓨터가 필요하면 먼저 나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개인 판매는 매출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지만 그렇게 나를 인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끔 도움을 주고 있다.
이것 또한 컴퓨터=나라는 브랜딩의 결과라 생각한다. 이러한 이미지가 고객사에 꾸준히 심어지면 매출/마진을 반복적이고 일정하게 올릴 수 있게 된다. 영업은 상대에게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꾸로 나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도 못지않게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가격으로는 대형업체들과 경쟁이 힘들기 때문에 나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내세워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객사 담당을 가장 편하게 만들 자'였다. 기업체 담당들은 과중한 업무와 인사고과로 인해 자신의 업무가 수월하고 매끄럽게 처리되길 바란다. 그러나 대형 경쟁업체들은 담당자들의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파고들기가 어렵다. 수시로 발생하는 담당자의 요구사항을 매뉴얼 데로 움직이는 대형업체가 맞춰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대형 시장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 어디서든 즉각 그들의 요구를 수정하고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진심으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했다(정상적인 범위 내에서-대부분 해결 가능한). 문의전화가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했다. 고객의 니즈를 바로 반영하다 보니 그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이런 포인트는 치열한 단가 경쟁에서도 우리 같은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이 되었다. 물론 나의 정책이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고객도 기업체 직원이라 근무시간(09:00~18:00)안에서 요청하니 그다지 어렵지가 않다.
생각보다 기업은 매뉴얼 데로 돌아가지 않는다. 상황은 늘 변한다. 이럴 때 대응을 제때 못해주면 담당자는 답답한 상황이 된다. 이 경우 니즈를 채워주는 업체라면 주 거래처로 인정해 준다. 이런 고객사와는 충분히 마진을 보장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서로가 윈윈하는 구조다. 굳이 매번 단가로만 초이스 하는 고객과 최저가 따져가며 일할 필요는 없다. 서로가 궁합이 맞는 고객에게 집중하면 된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한결같음이다
나에게 이십 년이라는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오랜 시간 한결같이 공급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면 그들에겐 신뢰할 수 있는 업체가 된다. 특별히 하자가 없고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면 늘 해왔던 곳을 밀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시간의 힘(한 업종에서 오래 버티면)은 생각보다 커서 크게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쉽게 수익을 가져다준다. 이것저것 손대다가 허송세월할 바에는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현명하다.
예전에 기초체력이 부족할 때는 고객사가 우량 기업인데도 결제조건이 늦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익월에서 익익월) 거래를 중단한 적이 있었다. 운영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금이 안 돌면 돈맥 경화가 생긴다. 수금이 늦어지니 다른 곳에 팔아야 할 제품을 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초창기에는 그런 이유로도 우수고객(?) 과의 거래를 끊고 말았다. 경험이 부족했다. 매출과 경험이 어느 정도 선에 올라오면 이런 문제도 유연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매출을 올리려면(물건을 팔려면) 매입을 해야(물건을 사 와야) 하는데 항상 현금결제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운영자금이 넉넉해서 결제에 문제가 없어도 사업자들은 유동자금이 필요할 때가 생긴다. 매출이 없어도 고민이지만 매출이 크게 늘어나도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발주를 받고도 자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산다면 그야말로 힘 빠지는 일이다.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신용의 힘'이다.
고객사(매출처)가 있다면 반드시 매입처가 있다. 매입도 잘해야만 하는 이유다. 신용과 실적이 쌓이면 매입처에서도 우수 거래처로 분류하고 여신을 늘려준다. 이런 매입처들이 여럿 생기면 수억 원 이상의 매입 제품도 당장의 현금 없이 여신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물론 정해진 결제일에 정확히 결제해 주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어디나 신용으로 먹고사는 일이다. 아무튼 이런 브랜딩의 가치는 매출과 매입에도 깊게 관여한다.
브랜딩은 대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1인 기업(소기업)도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각날 때 자신을 찾게끔 브랜딩을 해야만 한다. 1순위로 떠올리게 하는 대표 키워드와 정체성을 뽑아보자. 그리고 그 이미지를 지속해서 쌓아가자. 당신이 고객에게 백번 말하는 것보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이미지가 월등한 힘을 발휘한다.
백 년 가게 VS1인 기업 .. 자영업자, 직장인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자영업이나 기업의 생존율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3년에서 5년 이내 생존율이 극히 낮다는 건 창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장사나 사업에서 반짝이는 아이템으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생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브랜딩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