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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오리 Jan 22. 2018

2017.12. 캄보디아 여행 #2

#2 프놈펜

첫날 - 출국 & 프놈펜 도착

투어 알아보고, 앙코르와트 공부하느라 이번 여행은 사전에 공부를 꽤 했다. 으으~ 드디어 떠나는구나!  

저녁 6시 비행기인데, 이번에도 라운지를 쓸 수 있겠거니 하고 1시에 리무진 버스를 타서 2시에 일찌감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뒀던 포켓 와이파이 빌리고, 짐 부치고, 시티 프리미어마일 카드로 공짜 점심을 먹는 데 까진 순조로웠다. 아아, 그런데 기존에 쓰던 크로스마일을 없앴더니 라운지를 나만 쓸 수 있는 문제가 생겨버렸다. KT VIP는 3만 포인트를 쓰면 허브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던데, 이걸 다녀오고 나서야 알았네. 아내가 "자기라도 갔다 와"라는 함정 질문을 했지만 "자기를 두고 어찌 나만 갈 수 있겠어"라고 모범 답안을 제시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공항에서 면세점도 둘러보고,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면 기념품을 준다고 해서 이벤트 응모도 하면서 탑승 시각까지 시간을 죽였다. 오, 대한항공이라 그런지 탑승 게이트가 출입국 심사 출구에서 매우 가깝구나. 맨날 저가 외국 항공사를 이용했기 때문에 탑승동까지 한참 이동해서 출국하곤 했는데 역시 국적기가 좋구먼!


프놈펜엔 밤 11시쯤 도착했다. e-Visa를 제시하니 입국심사는 매우 간단히 끝났다. 관광지인 시엠립이 아닌 프놈펜으로 입국해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굳이 돈을 더 주고서까지 e-Visa를 만든 건 공항에서 괜히 비자 만드느라 시간을 버리기 싫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입국심사는 번개같이 끝났지만 짐이 하도 안 나와서 여기 와서 비자 만든 사람들이랑 결국 똑같이 나갔다. 으으...


공항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훅 하고 한기가 느껴졌다. 밤까지 후끈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후드를 꼭꼭 싸매고선 grab으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차를 잡았다. 차는 금방 잡혔는데, 타는 위치가 영 아리까리해서 기사와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우리가 트렁크를 끌고선 두리번거리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우버? 그랩?"이라고 물어봐서 "그랩~"이라고 했더니 거기서 좀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가더라. 조금 있다 진짜 우리를 태울 아저씨가 와서 이동했다. 일반 차량이 아닌 진짜 택시가 왔네.


grab으로 차량을 잡을 때 결제수단을 미리 선택해야 했나? 하여간 카드 자동결제가 아닌 cash 결제가 선택되었다. 호텔까지 $9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 현지 화폐로 나왔는데, $9 내겠다고 하니 ok~ 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는 바로 취침~


둘째 날 - 왓프놈 & 킬링필드

7시쯤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곤 호텔 구경을 했다. 사이트에 나온 것 같이 옥상에 풀장이 있는데... 어린이 목욕탕 정도 되는 아담한 크기였다. 여기서 뭐 할 수 있나? 어차피 우린 오전에 체크아웃할 거니 쓸 일 없지만.

하모니 호텔 옥상의 귀여운 풀장

10층 옥상의 풍경은 꽤 그럴싸했다. 앞으로는 톤레삽 강과 베트남전 영화에서나 듣던 그 유명한 메콩강이 흐르고, 옆으론 프놈펜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호텔 바로 옆이 시장인데, 시장을 빼곡히 채운 파라솔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재밌었다.


오전엔 쉬엄쉬엄 시내 구경을 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왓 프놈 사원까지 걸어갔다. 오전도 날이 쌀쌀하여 계속 후드를 걸치고 다녔다. 여기선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다니면 "가져가 주세요~" 하는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다는 걸 나중에 시엠립에 가서야 들었는데, 우린 해맑게 아무런 경계 없이 잘 돌아다녔다.


가는 중간에 일부러 전통 시장을 거쳐서 지나갔다. 옛날 의정부 중앙시장을 엄마손 붙들고 지나가던 느낌이랄까? 물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개구리 고기를 대야나 나무 도마 위에 얹어놓고 파는 게 인상적이었다. 개구리 고기도 인상 깊었지만 특히 외국 시장에 가면 물고기가 우리나라의 물고기와 굉장히 다른 게 재밌었다. 꿈틀거리는 메기, 별로 맛은 없어 보이는 커다란 잉어스러운 민물고기들이 인상적이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열대과일들 구경도 재밌고.


왓 프놈

걸어 걸어 왓 프놈 사원에 도착했다. 펜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불상을 건저 언덕(프놈)에 모셨다고 해서 사원 이름은 왓 프놈이 되었고, 도시 이름은 프놈펜이 되었다고.

이 나라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유료이다. 여기도 몇 달러 했던 듯? 복작복작한 도시 가운데에 관광객들이 많아 아주 조용하진 않지만 쉬어갈 수 있는 사원이 있어 좋았다. 공원 식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한 켠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줬다는 큰 시계가 있고, 중앙엔 사원이 있다.


사원 입구에는 방생을 위한 새들을 유료(당연히!)로 판매하고 있다. 새장의 새를 돈 주고 사서 날려서 덕을 쌓고, 그 새들은 다시 잡아서 새장 속으로... 


다른 사원에서 보이는, 처마를 떠받치는 아크로바틱한 조형물이 재밌었다. 사원 내부의 불상들도 추운 한국이나 중국의 불상보다 여유로워 보이시더라.


사원 아래쪽에는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나무 조각들이 꽤 품질도 좋고 가격도 만원~이만 원 밖에 되지 않아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물론 난 안 샀지만~


왓프놈을 나와 슬슬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내려 오면서 구경을 하다가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올 땐 톤레삽 강변길을 따라 걸어왔다. 관광객들과 동네 사람들이 시원하기보단 쌩쌩부는 강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었다. 닭들도 돌아다니고.

꼬끼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아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 앞 시장 구경을 살살 한 다음 킬링필드 투어를 위해 호텔 로비에서 시간을 때웠다.


킬링필드 투어

로비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1시 30분쯤 투어 인솔자가 와서 우리를 데려갔다. 미니버스로 각 호텔들을 돌며 참여자들을 태운 후, 2시 20분쯤 투올슬랭 수용소에 도착했다. 이 투어는 딱 교통편만 제공하기 때문에 (물도 주긴 하지만...) 지금 가는 곳은 어디인지, 어떤 식으로 돌면 되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입장권과 오디오 가이드 대여비를 걷어 티켓을 사 주는 것까지만 해 준다. 하지만 투어에서 들르는 투올슬랭과 청아익 모두 매우 잘 만들어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들여 가이드 투어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투올슬랭

먼저 도착한 투올슬랭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했다. 원래는 학교였으나 크메르 루주가 통치하던 시절, 사람들을 가두고 모진 고문을 하는 수용소로 활용했다. 살아나간 사람이 거의 없었고, 처음엔 지식인들을 수용하다 다음엔 일반 농민들, 그 후엔 같은 크메르 루주의 고위 간부들까지 수용해서 온갖 고문을 했다고 하니 통치 말미에는 얼마나 광기가 심해졌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학교 건물들과 운동장의 여러 시설을 돌아보면서 당시 이곳에서 저질러졌던 만행들을 사진과 여러 기록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는 1시간짜리 숏 버전과 2시간짜리 롱 버전이 있었는데, 투어는 1시간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해서 숏 버전을 선택해서 들었다.


 "이 곳에선 웃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따로 붙어있는데, 이런 표지 따로 없어도 워낙 공기 자체도 무거워서 모두들 어두운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의 운동 기구마저 고문도구로 활용하다니, 참.


한 시간 정도 둘러본 후 다음 목적지인 청아익으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엔 버스 안에서 크메르 루주 관련 영상을 틀어줬다. 한 명의 극단적인 이상주의자가 권력을 잡으면서 한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사람들을 괴롭혔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청아익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 청아익에 도착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매장한 킬링필드 중 하나다. 여기도 별도의 입장권이 필요하고, 유료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 곳의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매우 잘 만들어져 있다.


처형시킬 사람들을 잠시 대기시키는 곳, 아기들을 쳐 죽인 나무, 머리가 없는 시체들이 발견된 곳 등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게다가 아직도 발굴이 끝나지 않았다니. 가운데엔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한 위령탑이 있는데, 이 위령탑엔 발굴된 두개골들을 안치해두어 무시무시했다. 평생 볼 두개골을 이 곳에서 다 본 듯하다((내가 두개골을 볼 일이 있을까 싶지만...) 게다가 두개골마다 어떤 도구로, 어디를 쳐서 목숨을 끊게 만들었는지 표식이 되어있다. 총, 칼은 물론이고 농기구와 팜나무 등 각양각색의 도구로 사람을 죽이다니..


참고로 투올슬랭은 프놈펜 시내 한 복판에 있기 때문에 대충 툭툭 등으로 이동할 수 있겠지만, 청아익은 먼지 나는 길을 꽤 달려야 하기 때문에 두 곳 다 방문할 예정이라면 그냥 투어를 신청하는 게 여러모로 편할 것이다. 프놈펜에 왔다면 킬링필드 투어는 꼭 해 보시길.


투어를 마치고 숙소 근방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저녁은 프놈펜 인디아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이 동네는 트립어드바이저에 별점이 많은 가게도 딱히 외형만 보곤 지나치기 쉽게 생겼다. 여기도 무수히 많은 커리집들과 비슷한 간판이어서 지나치기 쉽게 생겼다. 메뉴가 하도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난 탄두리 치킨 & 시금치 커리 & 난을 시켰다. 이 동네 식당들이 싸서, 한국의 식당에 비교하면 가성비가 아주 훌륭했다.


마사지

저녁도 배부르게 먹었는데 시엠립으로 이동하는 밤 버스를 탈 때 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마사지 가게가 너무 많아서 찾기 어려웠는데, 가격대는 좀 있어도 퀄리티가 얼추 보장될 것 같아 보이는 bodia라는 곳으로 결정했다. 나중에 보니 이 bodia라는 곳에서 만든 미용용품을 꽤 여러 곳에서 팔고 있더라. 대충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처리퍼블릭에서 자사 제품으로 서비스하는 마사지 샵이라고나 할까.

1시간에 $30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부는 굉장히 고급스럽게 생겼다. 마사지 코스 고르고, 오일을 선택하니 우선 발을 스크럽으로 씻겨 준 후 마사지 실로 안내했다. 오일 마사지는 처음이었는데 망사 팬티 같은 걸로 갈아입으라고... @_@


집 근처의 풋샵에서 마사지를 종종 받아보긴 했는데, 여기는 뭔가 마사지의 장르가 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받을 땐 "어~ 아프지만 시원하네!"라는 느낌이었다면 여기서 받았을 땐 좀 덜 시원하지만 꽤 편안해진 느낌? 여하튼 마사지해 주신 분도 굉장히 꼼꼼하게 잘, 꾹꾹 해 주셔서 나와 아내는 만족스럽게 받았다. 밤 버스를 타기 전에 마사지를 받은 건 괜찮은 선택이었다.


밤 버스

이제 호텔로 가서 맡겨두었던 짐을 끌고 giant Ibis 버스 사무실로 이동했다.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무실 안에서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변의 밤 풍경


버스는 출발 15분 전 정도에 도착했다. 버스 아랫부분엔 짐을 싣고, 버스를 탈 때는 신발을 벗어 나눠주는 비닐봉지에 담고 자리에 눕는 형태였다. 지정좌석제라서 다들 알아서 자기 침대에 들어가서 누웠다. 모두 자리에 드러누운 뒤엔 물을 한병 씩 나눠주고, 기사가 간단히 브리핑했다. 브리핑 내용은 언제 시엠립에 도착하고, 화장실은 어디 있고, 두고 가는 물건은 우리가 보장하지 않으니 알아서 잘 챙겨라 정도의 내용이었다.



버스가 더러우면 어쩌나, 에어컨이 너무 추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나름 시설도 깔끔하게 잘 갖춰져 있었고, 온도도 좋았다. 난 새벽에 한번 일어나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화장실도 깔끔했다. 다만 화장실에 맨발로 들어가야 해서 이게 좀 내키지 않았지만. 코 고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괴로웠을 텐데 코 고는 사람도 없어 나와 아내는 푹 잘 잤다.


터키에서도 밤 버스로 이동했었는데, 그 버스는 밤새 꼼짝없이 앉아서 가는 버스였다. 이런 완전 침대형 버스는 처음 타 봤는데,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캄보디아에서 도시 간 이동할 일이 있다면 밤 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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