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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오리 Jan 24. 2018

2017.12. 캄보디아 여행 #4

#4 시엠립 2

다섯째 날 - 시엠립 투어 #2 그랜드 투어

오늘은 또 다른 사원 투어인 그랜드 투어에 참여한다. 미리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투어 아저씨가 픽업 오질 않아 호텔 카운터에 투어 진행 측에 확인을 부탁했더니 조금 늦을 거라고 알려줬다. 시작부터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투어는 만족스러웠다.


어제는 한국어 투어라서 편했지만 오늘은 영어 투어다. 오늘 투어팀은 우리, 터키 연인, 상하이에서 금융권 일을 하는 중국 여자분, 캐나다에 사는 중국 남학생, 캐나다 아저씨와 아줌마, 국적은 잘 모르겠는 문신한 힙한 서양 아저씨, 인자한 웃음의 중년 서양 아줌마로 된 팀이었다.


프레 룹

꽤 시간이 걸려 겨우 사람들을 다 태운 후, 매표소를 잠깐 들렀다 오늘의 첫 번째 사원인 프레 룹에 도착했다.


다행히 가이드 아저씨의 얘기는 한 80%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겠어서 열심히 들었다. 처음엔 사원을 이틀이나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긴 했지만 사원들을 볼 때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사원의 기원에 대해 듣고 나면 새로운 흥미가 생겨서 계속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이 사원은 옛날 장례를 치르던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반떼이 스레이

다음은 꽤 먼 거리에 있는 반떼이 스레이에 갔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달린 듯하다.


미니어처 사원이라는 별명처럼 사원은 크지 않은데 부조가 매우 세밀하고 밀도 있어서 다른 사원들과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사원이 큼지막한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면 여긴 세필로 오밀조밀 그린 그림이랄까? 가장 아름다운 부조를 가진 사원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 메본

반떼이 스레이에서 다시 앙코르 톰 근처로 이동을 한 후, 동 메본 사원으로 이동했다.


여긴 사람도 적고 좀 황량한 느낌? 이젠 슬슬 설명을 들어도 체력이 달려 한 귀로 흘러나가기 시작한다. 


오늘 투어를 시작할 땐 어제보다 가이드 분이 설명도 슬렁슬렁, 알아서 보고 이따 만납시다~ 하는 분위기라 "아저씨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들러야 할 사원도 굉장히 많고, 어제와 달리 부조 하나하나를 세세히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사원의 설명 정도만 들으면 되어 딱 적절한 설명이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설명하는 설명충 선생님이었다면 힘들어서 듣다가 쓰려졌을 듯하다.


어제 투어의 경우엔 오전 투어를 마치면 시내에서 해산하고, 오후에 다시 보이는 데 반해 오늘 투어는 쭉 함께 갔다. 아침에 호텔 픽업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걸 생각하면 이 편이 나을지도. 점심은 사원 근처의 팜부 라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아무래도 이 가이드 아저씨가 이 식당에서 커미션 받는 듯. 음식 자체는 괜찮았지만 시내보다 꽤 비쌌다. 가이드 참여자를 모두 끌고 이 식당으로 가는 것부터가 영...


리뷰를 봐도 비싸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우린 둘 다 식사를 시키기엔 너무 돈이 아까와서 볶음밥 하나, 디저트 하나를 시켜 먹었다. 나와 아내는 많이 먹질 않아 이렇게만 먹어도 충분했다.


따 솜

오후의 첫 사원은 따 솜이다.


어제 처음으로 갔던 따 프롬과 비슷하게, 나무들이 사원을 기묘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원이 그늘 없는 탁 트인 평원에 있던 것에 반해 여기는 풀숲 사이에 있던 것도 색달랐다.


니악 삐안

다음 사원은 니악삐안이다. 이 사원은 옛날 병원의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이쯤 되니 새로운 사원을 본다고 해도 뭐 좀 다르겠네~ 하는 정도로 기대감이 줄었는데, 와~ 사원 가는 길의 저수지 주변 경관이 황홀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 경관은 정말 예술이었다!



프레아 칸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사원이다. (빨리 투어 끝나고 집에 쉬고 싶은 나의 마음이 느껴지는지...)


이 사원은 긴 복도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터키에서 본 것 같은 주변의 복층 구조 건물들이 다른 사원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프레아 칸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사원 투어는 끝이 났다. 이제 집에 갈 차례인데, 투어 멤버들이 "우리 원숭이 보고 싶어요~~~ 몽키 몽키~~" 노래를 불렀다. ㅋㅋㅋ 가이드 아저씨가 "원숭이들이 옮겨 다녀서 나도 어딨는지 장담은 못해. 가는 길에 원숭이 무리가 있으면 보여줄게" 했다.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하늘이 이쁘게 여겼는지, 그렇게 많은 사원을 다니면서 덕을 쌓았는진 모르겠지만 원숭이 세 무리 정도가 길가에서 놀고 있었다. 버스를 멈추고 모두 내려서 신나게 원숭이들을 구경했다. 원숭이 구경이 사원 탐사보다 더 흥미진진...(쉿) 엄청 어린 녀석도 있었다.


호텔엔 18:30 정도에 도착했다. 우리 호텔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우리를 내려줬는데, 우리가 묵는 호텔이 꽤 규모가 크고 멋져서 외국 아저씨들이 "와우! 그레잇! 나도 내릴래~~~~" 하고 농을 쳐서 같이 낄낄댔다.


잠깐 짐을 풀고 저녁은 펍 스트리트에 있는 인디아 게이트에서 먹었다. 여긴 세트 메뉴가 있는데, 양이 도저히 한 명이 먹을 분량이 아니었다. 양이 이렇게 많을지 모르고선 각자 세트 메뉴를 하나씩 시켰는데, 맛은 있었지만 도저히 나와 아내의 위 용량으론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이라 거의 절반은 남겨 너무 아까웠다. 밥 한 공기에 난에 카레 몇 종류가 나오는데, 이걸 어찌 먹나. 둘이 간다면 한 명은 세트를 시키고 한 명은 단품 정도를 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맛은 꽤나 자극적인데, 희한하게 카레에서 닭도리탕 맛이 났다. 화끈해서 아주 좋았다.


오늘 투어의 가이드 아저씨도 꽤 재밌고 능숙하게 진행을 잘 해 주어 만족스러웠다. 영어 설명은 투어 초반 체력이 좋을 땐 그래도 많이 들리더니만 나중에 체력이 떨어지니 이해력도 함께 떨어졌다. 한국어 가이드였다면 더 좋았겠다. 하지만 중간에 마주친, 한국어로 설명하지만 한국어인지 외계어인지 모를 가이드를 떠올려보면 확실하게 한국어를 잘 하는 가이드를 아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영어 가이드를 선택하는 게 안전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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