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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주 May 12. 2024

4. 동네상권일수록 깔끔한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난 그걸 몰랐네

  2015년 첫 가게 오픈 후, 가게를 옮겨오면서 난 단 한 번도 제대로 인테리어를 한 적이 없다. 내 음식의 맛이 인테리어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맛을 보여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좀 그렇긴 한데 정말 그랬다. 


  2015년에는 돈이 없어 350만 원을 박박 긁어모아 동네 망한 상권의 푸드코트에 들어갔기에 당연히 인테리어를 할 필요가 없었고, 그곳에서 인테리어를 기대하는 손님도 없었다. 그래서 주 고객은 분당고 학생들이었다. 맛만 있으면 되는.


  잠시 강남을 거쳐 판교로 갔을 때 판교 역시 비즈니스 상권으로 기본적인 인테리어가 다 된 공실에 들어갔기에 추가로 딱히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다. 


  판교역 중심에 있는 알파돔타워에 들어갔을 땐 야간공사, 일반 상가에 비해 2배에 달하는 방수공사 등 일반 상가 대비 1.5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상가에서도 인테리어에 주방공사 및 집기 포함 2천만 원 정도를 들일 정도로 기존 신축상가의 바닥과 천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주방과 테이블만 맞춰서 들어갔다. 테이블도 가로 50cm로 커피숍보다 더 좁은 테이블로 하루 평균 9회전을 돌렸다. 매일 식사를 해야 하는 오피스존의 특성상 맛으로 모든 덮을 있었다. 


  상현동으로 이전하면서도 나는 대부분의 인테리어를 셀프로 진행했다. 맛에 대한 건 확실하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네 상권인 만큼 맛도 맛이지만 그에 맞는 분위기가 중요했다. 특히 '한 끼 식사'가 주였던 기존 매장과 달리 '분위기'가 함께 필요한 숙성횟집, 그리고 이런 비싼 횟감에 어울리는 인테리어가 없다면 손님들을 홀까지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운영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숙성회는 아무리 잘해도 맛의 차이가 다른 음식처럼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내 가게를 꼭 와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가게의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분식집은 분식집처럼, 덮밥집은 덮밥집처럼, 고깃집은 고깃집처럼, 숙성횟집은 숙성횟집 다운 인테리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상현동에서 홀 손님은 정말 내 음식을 너무도 좋아하는 손님들만 남았고, 사실 홀 손님이 많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8시면 손님을 받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는 내 나름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팔면서도 비싸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서 접객에 대해 현타가 온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여하튼 나는 상현동이라는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고, 2년 간 버틴다는 마음으로 배달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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