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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주 May 19. 2024

특출 나게 뛰어난 한 가지 실력은 요리사에게 독이다

요리는 종합예술이라구

  요리는 솔직히 아무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굳이 화려한 단어를 써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요리는 종합예술'이다. 이는 단 한 가지만 잘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아무리 팀파니의 명인이 팀파니를 기갈나게 연주한다 해도 다른 악기가 없으면 오케스트라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요리라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뛰어난 실력을 요하는 게 아닌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버무려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듯, 요리사 역시 재료들의 특징을 섞어 하나의 밸런스 좋은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혹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1인을 위한 협주라고 해도 그 1인을 온전히 받쳐주기 위함이 오케스트라의 몫인 것처럼, 1인의 연주가 풍부한 협주 가운데 조금 더 돋보이게 해야 좋은 연주이며, 1인의 특출 난 능력에 기대어 다른 연주가 형편없다면 그것은 실패한 공연이 되는 것이다. 


  내가 원물에만 집착하는 '원물충'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원물충들은 원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에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이는 비단 원물뿐 아니라 어떤 한 가지를 굉장히 잘하는 '엔지니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엔지니어의 기술이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다는 되지도 않는 그들만의 상상으로 다른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오로시'라고 표현하는 회 뜨는 기술이 엄청나게 좋은 경우 오로시를 통해 횟감을 단정하게 썰어내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데, 이 경우 수산시장에서 '오로시'만 전문으로 하는 매장을 운영한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횟집'이라는 음식점에서 오로시로 아름다운 횟감을 썰어내나 다른 반찬이나 요리가 맛이 없다면 손님들은 그 가게를 즐겨 찾지 않게 될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적어도 기본은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뜻이다. 기본 이상만 되면 그 이상의 레벨은 숙련자 사이에서는 구경거리가 될 수 있으나 '일반인'에게는 그냥 조금 더 예쁜 생선회와 덜 예쁜 생선회일 뿐이다. 

  

  기술이 있는 사람이 가게를 오픈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기술을 자랑할 것인가, 맛있는 음식을 팔 것인가' 


  한쪽에 치우치면 나머지는 다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밸런스'라는 게 중요하다. 


  그 기술이 여러분의 발등을 찍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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