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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주 May 26. 2024

남들이 맛있다는 집에 갈 때마다 내 입맛엔 별로라면

당신은 미식가!

   라기보다 당신의 입맛이 문제가 있을 확률이 훨씬 높다.     



   나는 나름 미식가라고 자부한다. 향에 굉장히 민감하고 맛에도 민감하다. 후각도 남들보다 예민해서 남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도 잘 맡는다. 그런데 나는 어지간히 맛이 없는 음식이 아니면 맛있게 잘 먹는다. 


   미식가는 맛있는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지 맛있는 음식만 먹는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하튼, 주변에 보면 가끔 음식 좀 한다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저는 이러이러하지 않은 집은 안 갑니다" "된장국 한 입 떠먹고 맛없으면 다시는 안 갑니다" "설탕 많이 쓰는 집은 안 갑니다" "음식이 짜면 안 갑니다"


   여기까지는 취향일 수 있으나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제 음식은 완벽합니다"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완벽의 기준은 뭘까? 그 완벽의 기준은 '자기 입에 맞는 음식'이다. 왜냐고? 나는 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못 먹는다. 맛이 없고 냄새가 나서. 


  음식을 먹을 때 맛집의 기준을 자신에 맞추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바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준에 맞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일 뿐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맛없는 음식은 아니다. 


  내 친구 이탈리아의 갑부집 아들 D모군은 나에게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일의 최고급 음식을 대접해 주겠다고 한우 1++ 고기를 사 와서 잘 구운 후 레모나를 그 위에 뿌려서 볶았다. 한 입 먹더니 "쏘 어마이징(So amazing)" 이따위 소리를 하면서 먹어보라고 내게 권했으나 나는 그 좋은 1++ 고기를 한 입 먹고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 친구의 입맛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옳은 것일까? 아니다. 다른 것이다. 


  이러한 건 식문화의 차이로 인한 특수한 경우로 논외로 하더라도 만약 일반인들이 대부분 맛있게 먹는 집들이 내 입에 맞지 않다면 내 입맛이 특이한 건 아닌지 고민해 봐라. 애꿎은 가게들 요리 못한다고 욕하지 말고. 


  당신이 자랑하는 그 음식들... 나는 사실 다 먹고 뱉었다. 그렇다고 내가 당신이 음식을 못한다고 욕하지 않지 않나. 그저 '취향 차이'라고 말할 뿐. 


  요리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그 후로는 다를 뿐 틀리지 않다. 하나만 빼고 모든 것이 틀리다면 모든 사람의 이상향은 같아야 할 것이지만 이 세상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고, 그 얽힌 것들은 조화 가운데 부조화를, 또한 부조화 가운데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니... 다음 언젠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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