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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주 Jun 02. 2024

좋은 인테리어는 비싼 음식을 파는 프리패스가 아니다

디테일이 없다면 껍데기에 불과하지

  주변의 장생아(장사 신생아)를 보면 그들 중 일부는 나름 괜찮은 인테리어를 하고 비싼 음식과 비싼 술을 팔겠다는 자신감에 찬 포부를 밝히곤 한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2만 원짜리 접객을 하면서 비싼 술을 엄청나게 팔아재끼는 홀 장사의 귀재가 있는데 그를 고용해서 나도 비싼 술을 팔아 보겠노라고. 1-2만원짜리 저렴한 안주를 팔면서도 비싼 술을 그렇게 잘 파는데 자기 가게는 인테리어가 훌륭하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사실 난 술 마시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기에(난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 그냥 그런갑 보다 하고 몇 달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매우 참담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인테리어는 비싼 음식을 팔 수 있는 기본 조건일 뿐 인테리어가 비싸다고 비싼 음식, 특히 비싼 술을 잘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파인 다이닝이 힘든 이유 중 가장 큰 게 술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해외의 식문화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는, 어찌 보면 하이엔드 미식문화의 과도기로 보이는 듯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비싼 술을 비싼 음식과 함께 먹는 것도 아직은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


  자 다시 돌아가서 얘기해 보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매장의 기본을 갖춘 후 매장에서 좋은 술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많은 디테일이 필요하다. 비단 음식의 퀄리티뿐 아니라 집기, 식기, 커트러리, 테이블 세팅, 메뉴판, 접객하는 서버의 외모, 유니폼, 말투, 접객 태도 등 모든 것이 하나로 잘 녹아있을 때 손님의 만족도는 올라가고 그에 걸맞은 수준의 음식과 술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하이엔드 다이닝보다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한 6성급 호텔이라도 로비에서 와인을 팔지는 않지 않은가?  


  1-2만 원짜리 접객(저렴한 가격의 접객이라고 비아냥대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평균 2만 원대의 음식으로 접객하고 있다)을 하면서 20만 원짜리 술을 팔 수는 없는 것이다. 20만 원짜리 술을 팔기 위해서는 최소 4-50만 원 수준으로 접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옛말에 '돼지목에 진주'라는 말, 그리고 또 '돈지랄'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장사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서버는 오는 손님에 맞춰 접객을 해야 하며 내 낮은 접객 수준을 비싼 음식을 즐기러 오는 사람에게 맞추면 안 된다. 비싸고 좋은 것을 팔고 싶다면 디테일을 갖춰라. 그리고 제발 팔고자 하는 수준의 접객이 가능한 사람을 고용해라. 8천 원짜리 라멘 팔아 1000억짜리 건물을 세운 요시무라멘의 창업자라 할지라도 미슐랭 3 스타 수준의 접객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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