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말한다고 당신의 지식이 길어 보이는 건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의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
"아니, 스티브 잡스가 얘기하는 건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들어도 내용이 이해가 돼"
스티브 잡스는 쉬운 단어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유명했다. 누가 들어도 다 이해할 수 있도록. 그럼에도 그의 키노트는 빛났다.
가끔 보면 1분에 끝날 수 있는 얘기를 18분씩 하는 사람이 있다. 마치 말을 길게 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뽑내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대부분 맞는 말이다. 처맞는 말.
나는 아직도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한없이 춥던 어느 날, 베이커리 옆 테이블에서 미팅하던 그의 모습을...
그는 가게에 놓을 주류를 받기 위해 주류회사와 미팅을 하고 있었다.
먼저 잠시 내 얘기를 하자면, 나는 주류회사와 미팅을 함에 있어 5분 이내에 마친다. 필요한 주류를 얘기하고 내가 원하는 조건, 예를 들어 냉장고, 컵 등 필요한 부분을 얘기하면 그 미팅은 마무리된다. 내가 업체 담당자를 굳이 오래 붙잡아놓을 이유도 없고 그 주류 업체 담당자와 잡담을 나눌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대화 상대가 필요했었을까? 내가 베이커리에서 있던 40분가량의 시간에서 그전부터 대화를 하고 있었고 그 후에도 꽤나 오랜 대화를 했던 것으로 보이니 1시간 훌쩍 넘는 시간을 대화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에 하던 업장에서 팔던 술부터 시작해서 그 술은 서울에서 내가 제일 많이 팔았을 거다, 나는 그 술을 제조함에 있어 여러 가지 레시피를 갖고 있다...
마음씨 착한 주류회사 직원은 납품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고객만족서비스 차원에서였을까... 그 레시피를 나도 배우면 참 좋겠다, 대단하시다 등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그는 다시 시작했다. 그 레시피 원하면 다 가르쳐 줄 수 있다. 술은 이렇게 이렇게 팔야 한다. 내가 이 브랜드의 생맥주를 쓰는 이유는 이러이러한 것인데 내가 먹어본 생맥주 중에 단연코 이 브랜드가 최고였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업장들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어쨌건 이 맥주가 좋다 등등... 옆에서 듣다가 사실 귀에 피가 날 것 같아 나는 급히 커피를 마시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류담당자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1시간 넘게 붙잡혀 다음 미팅 약속을 늦췄어야 했던 걸까?
말을 길게 한다고 당신의 가방끈이 길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말이 길면 실수가 잦다고 했던가, 내 주변에 쓸데없이 말이 긴 사람들은 다들 (처)맞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특히, 정확한 지식 없이 잘못된 지식이 난무하는 온라인상에서 얻은 정보를 내가 아는 정보인양 확신하고 말하지 마라. 당신의 얕은 지식이 탄로 나는 건 진짜 앞에서는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