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주 Jun 30. 2024

맛있는 음식은 싸우던 커플도 웃게 만든다

그걸 모르니 당신 가게에서는 커플들이 싸우는 거다.

 희한하게 유독 커플들의 싸움이 잦은 가게가 있다. 단순히 계산하면 방문하는 커플의 15% 이상이 싸운다는 곳인데...


 혹시 유튜브에서 이런 영상을 본 적 있는가? 계속 투정 부리고 짜증 내는 여자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우리 자기 배고프구나." 하면서 케이크를 한 입 넣어주니 방긋 웃으며 화가 풀리는 영상. 


 그렇다. 사실 음식이 맛있으면 싸울 시간이 없다. 김준현이 말했다. "찍먹, 부먹 고민할 시간에 고기 하나를 더 먹어라". 그렇다.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단 한 번도 커플이 싸운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 음식이 천상의 맛을 자랑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내 음식은 '기본'은 한다. 기본만 돼도 싸울 일이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화날 것도 누그러지기 마련이거든. 


 분위기도 괜찮은 듯하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음식점에서 자주 커플 간의 싸움이 벌어진다면, 가격에 비해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혹은 예를 들어 고기나 회처럼 좋은 원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매장이라면 함께 먹는 사이드 메뉴가 맛이 없거나 여하튼, 그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매력이 그 가게의 음식에는 없을 확률이 높단 얘기다. 혹은, 기분 좋게 왔다가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 가게의 음식이 싸움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혹은 접객하는 서버가 손님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겠지. 


 다시 한번 설명하지만 음식이 맛있으면 커플이 싸우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음식이 맛있으면 싸우려는 분위기에서도 그 분위기를 충분히 녹여줄 수 있는 게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내 가게에서 커플들이 유난히 자주 싸운다면 한 번 고민해 봐라. 그 문제는 당신이 만족스러운 음식을 준비한다면 사라질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문제니까. 


 간단하게 2024년 6월 29일, 글을 쓰는 오늘 우리 가게에 있었던 일을 잠깐 이야기해 보겠다. 여성 분이 자리를 예약했는데 2인이라 다찌석을 잡아놨는데 별로였던 모양이다. 나중에 남자 친구분이 오셨는데 티격태격한다. 그리고 예약금이 2만 원 어쩌고 하는 거 보니 왠지 우리 집 얘기를 하면서 툴툴거리는 것 같았다. 


 음식 나오기 전까지 계속 티격태격했는데, 두 커플은 스이센프라임동과 스이에케 라멘을 시켰다. 커플이 라멘수프 한 모금을 마시더니 빵끗 웃으며 그때부터 분위기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식사 시간 내내 분위기가 좋았다. 식사를 마무리할 때는 잘 먹었다고 너무도 좋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가셨다. 그깟 라멘 한 그릇이 사람의 마음을 풀게 만드는 게 음식의 매력이다. 참 쉬운 것이다. 

이전 12화 말은 짧고 쉽게, 내용은 확실하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