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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기 Apr 23. 2024

선택의 자유와 책임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투표율이 1992년 14대 총선 이후 32년 만에 최고인 67%였다고 한다. 어쨌든 유권자의 33%인 천 사백 육십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기권으로 처리되었다. 사전투표를 포함, 삼 일간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선택의 권리를 과감히 포기했다. 멀리갈 필요도 없이 나하고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여유가 없어서라고 하는데, 다분히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의도의 결과라 보는게 합리적일 것 같다.


기권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수단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투표를 하면서 기권표를 던지는 것과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아서 기권으로 처리되는 것의 차이는 뭘까? 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은 의사의 표시일 수 있지만,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무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 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선거에서 선택의 기회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선택'의 의미와 견주어 생각해 보았다. 


선거에서의 선택과 인생을 살면서 하는 선택은 결과적인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 선거의 선택은 인생에서의 선택 보다 대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그리고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에서의 선택 처럼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같다. 어쩌면 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권리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해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반면, 인생에서는 선택의 기회를 포기하는 기권이라는 것이 없다. 어떤 것이든 선택해야 하고 즉각적, 직접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결국 그 선택들에 의하여 삶이 결정된다. 


인생에 있어 선택과 책임!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이라는 것은 '결과로 주어지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자기 주도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내가 선택을 하면 그것을 후회하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추구하는 인생을 위하여 매번 바르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시에 선택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태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제는 선택 자체를 후회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에서 출발된다. 이 또한 본인이 책임 범위에 있으며, 주어지는 피해를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돌아보면, 삶은 늘 선택의 기로를 지나왔다. 나의 경우 사관학교에 진학한 것, 항해 병과를 택한 것, 결혼을 결심한 것, 잠수함을 타게 된 것, 조기 전역을 택한 것, 전기 분야로 미래 방향을 정한 것 등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였다. 여기서의 선택에는 타인에게 맡겨진 선택도 포함된다. 아버지의 강한 의지에 의해 선택된 사관학교 진학, 차출이라는 형태의 인사에 의해 잠수함을 타게 된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내가 강한 의지를 내보이지 않은 결과로 빚어진 선택도 결국 나의 선택이고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이걸 나의 책임이 아니라 회피하기 시작하면, 비굴한 핑계의 늪에 빠지게 되고 삶은 황폐해 진다. 이렇게 삶이란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시간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의 기로를 마주하게 된다. 


선거에서 투표를 통한 선택도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의 선택 만큼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지라도, 선택한 결과들이 언제든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선택의 기회를 포기했다면, 국가가 최악의 상태가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택을 통해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되어가게 할 의무도 가져야 한다. 선거든 인생이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더없이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 삶에 있어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쉽게 포기되어 버린 선택의 기회가 너무나 안타깝다. 선택을 해야 책임질 수 있는 근거와 동력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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