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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기 Aug 27. 2024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내가 근무하는 곳의 입주민은 주로 젊은이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젊은이는 주로 30대를 전후한 사람들이다. 흔히 젊은이 하면 MZ 세대를 많이 언급하는데, 기준의 폭이 너무 넓어서 여기에 적용하기는 적절치 않아 그냥 젊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 한다. 이들은 이곳에 주거지를 정하고 근처 회사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일상적이든 업무적이든 젊은이들과 만나고 부딪고 하게 되어있다. 그런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이야기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면은 있다. 내가 기성세대라 마치 세대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으며, 다분히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하려 한다. 이런 이야기를 주제로 다룬 이유는, 공동 주거시설이라는 특성상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불편을 주게 되는 점과 좀 더 사람 사는 따뜻한 분위기가 아쉬운 마음 때문이다.  


첫 번째 경우는 택배물품에 관한 것이다. 순찰하다 보면 출입문 옆에 택배물품이 많이 쌓여있는 것을 자주 본다. 문제는 열 개도 넘는 택배물품이 2 주가 지났는데도 그대로 있다는 거다. 통로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어 지나는 입주민의 짜증 유발요소로 작용되기도 하고 통로 전체의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또한 장기간 그대로 있으니 분실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심지어 장기간 쌓여 있음으로 해서 화재 시 소화작업에 방해요소로 작용될 수도 있다.


혹시 출장을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CCTV는 입주민이 택배물품을 본체만체하고 세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통상 필요에 의해서 편하게 빨리 받아서 쓸 목적으로 택배를 주문하지 않는가? 비단 이번의 경우만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돌아가며 이런 경우가 있는 걸 보면, 이것도 일종의 경향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윗사람은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이라고 하지만, 개인 사생활이라는 범주로 생각해 계속 미루고만 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통로에 계속 방치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두 번째 경우는 인기척에 무관심한 것이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입주민 뒤쪽으로 지나가며 일부러 인기척을 크게 낸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돌아보지 않는다. 인기척을 못 들었을 리가 없는데도 계속 핸드폰에 시선을 두고 있다. 애써 남에게 관심을 두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럴 땐 입주민이 돌아보면 반갑게 인사하려 준비하고 있는 내가 참 머쓱해진다. 그렇다고 뒤통수에 대고 영혼 없는 인사를 하기는 싫다. 민원을 해결하려 세대에 자주 방문하는 연유로 안면이 익은 입주민이 꽤 많지만 돌아보지 않으니 할 수 없다.


핸드폰이 주는 폐해인가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냥 서 있던 입주민도 돌아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통의 경우 인기척이 나면 돌아본다. 우선 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 보호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꼭 인사까지는 아니라도 인기척에 대한 관심 정도는 표현할 수 있지 않은가? 이 경우도 대다수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걸 보면 일종의 경향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세대 출입이 잦은 나는 인기척에 반응이 없는 입주민을 보면, 왠지 쌀쌀한 한기를 느낀다. 나와 당장 관련 없는 인기척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이전에도 가끔 유사한 주제를 포함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었다. 이 두 가지의 경우는 최근까지 경험한 것 중에 특이하다고 생각한 사례이다. 극히 일부라면 아마 주제로 다루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반복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이건 일종의 경향이라고 본 것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지만, 은연 중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되고 이런 분위기가 타인이 고통에도 무관심해지는 경향으로 발전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공동 주거시설에 있어 공용 공간을 자신의 공간인 양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타인에게 불편을 주거나 다툼을 유발 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통로와 계단은 화재 시 대피하는 피난 통로로 어쩌면 '생명의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같이 사는 곳의 공통된 문제가 소통 부재로 인한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층간이나 벽간 소음문제이다. 설사 다툼의 요소가 발생하더라도 평상 시 소통이 있었더라면, 대화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도 있을 수 있다. 데면데면하는 분위기는 '이웃이 없는' 삭막함 만 만들게 될 것이다.


공동 주거시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의 현실에서, 타인을 배려하며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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