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용기

by 버티기

나는 두 달에 세 번 영등포역 근처에서 이발을 한다.

3주쯤 지나면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옆머리가 보기 싫은 것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야 되는 거리니 가깝지는 않다.

아침에 근무 마치고 나와 쉬다가, 다시 옷을 챙겨 입고 나가기에는 정말 큰 정성이 필요한 거리다.

이발소도 마음에 들어서 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 식당 덕을 본다고 볼 수 있다.


일 년 전쯤 한창 전기기사 공부를 하던 시절, 아침은 집에서 먹고 오지만 나머지 두 끼를 해결하는 일은 나에게 공부보다도 더 고민되게 하는 문제였다.

매일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드디어 한 달 만에 발견한 집, 그 집이 바로 내가 좋아한다는 식당인 것이다.

1200시 어간에 가면 어김없이 긴 줄 끝에 붙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전을 길게 공부하고 1330시에 먹으러 갔다.


반찬 여섯 가지 중에 그날 메인 디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메인 디시는 매일 다르게 나오고 모두 내 입맛을 유혹한다.

그리고 슴슴한 듯 간간하게 버무려진 나물과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 맛, 매번 그릇 모두를 비우게 만든다.

그야말로 ‘7000원의 행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따스한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오죽 티를 냈으면 아내가 시샘하면서 먹어보자고 닦달하여 같이 가서 외식을 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으레 나를 부추겨서 먹고 오라고 등을 떠민다.


나는 며칠 전 이발을 했다.

이발하기에는 좀 이르긴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그 반찬들이 먹고 싶었다.

아니, 안 풀리던 계산문제를 머리에 무겁게 담아 놓은 채로 식당에 앉아 반찬 맛으로 위안 삼던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었다.

나는 어디쯤 가고 있고, 지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초심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기 위함이었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잘 해내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 하나씩 내 주위를 떠나가는 것에 대한 미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부쩍 드는 하루였다.

지금 내게 가장 유용하고 필요한 것은,
끝까지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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