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는 아빠
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극단의 삶

by Tov Mar 01. 2025

[책 먹는 야우]라는 소설. 그야말로 책을 냠냠 먹는 여우가 등장하고, 책을 먹다 몸속에 잔뜩 채워서 글 쓰는 여우로 탈바꿈하게 되는 이야기다. 2주 전에 책을 소재로 한 어린이 뮤지컬을 예약해 두었다. 오후 4시. 뮤지컬이 시작하는 시작, 우리는 3분 정도 늦어 지연관객으로 입장했다. 


뮤지컬 관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관람석은 꽤나 푹신푹신할 테, 적당히 따뜻할 것이며 아이들은 뮤지컬에 푹 빠져있을 테니 나도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객석은 채워진 자리보다 빈 곳이 더 많았다. 어른 배우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연기했다. 애들이 좋아할 만한 농담(똥꼬이야기는 없었다.)을 던지고, 둠칫둠칫 댄스도 보여주었다. 그림책이 주는 적절한 교훈도 잊지 않았다. 배우들 중 한 명은 목이 많이 상해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배우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에스타(낮잠이란 말)를 누리려던 내 계획은 저만치 잊은 채. 


'저들은 얼마나 벌까'

'배우의 삶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을까'

'목이 상해있던데 몇 번째 공연인 거야'

'그럼에도 저들은 꿈을 찾아가는 삶일까'

'꿈의 끝에는 대형 뮤지컬, 대형 극장, 꽉꽉 들어찬 관객, 자리가 있을까. 아니면 단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무대에 서서 아이들을 만나는 걸로 꿈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할까'


괜한 내 생각의 꼬리를 적당히 끊어준 것은 옆자리에 앉은 초등학생 남자아이 덕분이었다. 


"에~~~ 저거 가짜죠??"

"근데 결혼하셨어요?"

"에~~ 다 보이는데!!!"


생각보다 짓궂은 질문을 객석 모두가 들릴만큼 크게도 외쳐댔다. 순간 눈살을 찌푸렸으나,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는 이 아이나, 극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1시간 남짓 공연은 끝이 났다. 배우들은 객석으로 내려와 아이들 한 명 한 명 만나주었다.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사진촬영도 함께했다. 조금은 지쳐 보이기도 했다. 배우들이 다 같이 손을 잡고 인사하는 것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북중원이라는 극단에서 준비한 공연이라는 말과 함께. 


객석은 금세 듬성해졌다. 공연이 모두 끝난 자리에 배우들은 무얼 했을까. 얼굴에 분장을 지우고, 거머리 옷, 거미 옷, 곰팡이 옷은 벗었겠지. 그날의 저녁은 다 같이 고생했다며 회식했을까. 두툼한 삼겹살은 아무래도 수지가 맞지 않으니, 대패 삼겹살을 먹었을까. 서로 한잔 정도 기울였을까. 빈 잔에는 서로의 꿈을 채웠을 수도 있겠다. 

극단에서의 삶은 어떨까. 

편안한 객석의자에 기대 자려던 나는,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거운 택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