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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Apr 14. 2021

청산유수 장연우

장연우도 이제 10대가 되어서 어릴 때와는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 꿈이 격투가일 정도로 힘이 세졌으며, 말도 아주 청산유수다. 그걸 좋은데 쓰지 않고 말대꾸를 하여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많은데, 그중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1. 협박범 장연우

초딩들은 다들 그렇겠지만, 장연우의 방도 아주 난장판이다. 매일 치웠으면 좋겠지만, 그건 부모의 바람일 뿐... 가족 모두 함께 집 청소를 할 때나마 겨우 치우는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날은 아내가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일 끝나고 나올 때까지 방을 치우라고 연우에게 무섭게 일갈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연우는 엄마의 불호령에 방 정리를 하긴 했는데 정리 중 창출되는 쓰레기는 치우기가 귀찮았는지 나를 부른다.

‘아빠, 이 쓰레기 좀 버려줘.’

‘야. 그건 니가 버려야지. 니 방 쓰레긴데.’

‘엄마가 이 방 안 치워져 있으면 가만 안 둔다고 한 거 몰라? 아빠 나 계속 보고 싶으면 쓰레기 버려줘.’

아들을 계속 안 볼 수가 없어서, 쓰레기를 버려줬다.


2. 진실을 알게 된 장연우

장연우가 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총을 오랜만에 찾았다. 연우는 몇 번 쏘면서 예전 기분을 내며 조금 놀더니 나에게 와서 말한다.

‘아빠, 옛날에 나랑 총으로 놀던 거 기억나?’

그땐 집안에 좀비가 침입한 상황이라던가, 비행기를 타고 악당들의 기지에 침투하는 상황을 정해서 함께 놀곤 했다. 막 미친 듯이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놀아주었었다.

‘응, 기억나지.’

‘그때 솔직히 좀 지루했었지?’

좀 크더니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되었구나 하는 뿌듯함에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응. 좀 지루했지.’

그러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이렇게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되네.’

유도심문이었니, 아들?


3. 막혀있는 장연우

내 아이만 키워봐서 아이들이 모두 그런지 모르겠지만, 장연우는 조용히 한번 말하면 절대로 하는 법이 없다. 기본적으로 큰 소리가 나야지 ‘아. 이제 좀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날도 아내가 옆에서 연우에게 뭐라뭐라 하는데, 장연우의 표정을 보니 한마디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 같아서,

‘엄마 말을 똥구멍으로 듣는구만.’ 이라고 일침을 날려주니, 되돌아오는 장연우의 한마디.

‘똥구멍은 막혀있어서 미안~’

연우 귀 가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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