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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Aug 30. 2022

결국 스파르타 학원

말했듯이 스파르타 학원에는 여러 종류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그중 좀 날티도 나고, 귀티도 나게 잘 생긴 친구가 하나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여느 학생같이 착해 보였었는데. 서열다툼이 대략 끝나던 중이었던 일진 무리가 그 친구를 눈여겨 본 듯 하였다. 왜 일진 무리는 외모가 뛰어나거나 예체능적인 재능이 많은 사람들을 동료로 만들려고 하는지. 파티 전체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존재라서 그럴까? 중학교 때 착했던 친구 하나가 수학여행에서 뛰어난 댄스 실력을 선보인 후에 일진듀스 101에 바로 픽업을 당해서 많이 변한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여튼 과정은 모르겠지만, 어느새 그 잘생겼던 친구는 쓰메끼리를 위시한 일진 무리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외모도 귀티에서 날티로, 자연스런 가르마 머리에서 무스 뿌린 힘준 머리로 바뀌고, 언어도 좀 더 거침없고 과감한 숫자를 섞은 말로 바뀌었다.


원래도 겜돌이인 나와 접점이 없었지만, 좀 더 접점이 없어진 그는 당연히 공부에는 집중하지 않았고, 학교 수업이 아닌 일진 사회에 대한 지식만을 잔뜩 쌓게 되었다. 공부를 좀 하길 바라며 무려 스파르타 학원에 보낸, 학업을 익히고 늠름하게 돌아오길 바랐던 그의 부모가 머리에 무스를 잔뜩 바르고 건들거리며 돌아온 아들을 볼 때의 마음은 어떨지. 내 맘이 다 아프진 않았다.

다른 사람의 부모님 마음까지 헤아릴 정도라면 우리 부모님 마음을 먼저 헤아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겠지.


선생님들은 기합을 주고, 옆에서는 아이들이 싸우는 거칠었던 시간이 지나가니 나름의 평화기가 찾아왔다. 서열이 정리되니 싸울 일이 없었달까. 그곳은 티비, 라디오, 만화책 등 속세의 즐거움과 강제로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에 삶의 낙이라곤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탈주자들의 소식이 종종 들려오곤 했었다. 그 학원은 경기도 외곽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아이들은 우리가 있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볼 수 있을 때도 아니었고 우리는 각각 다른 지하철역에서 학원 버스에 실려 들어왔다. 나는 4호선 상록수역에서 장시간 버스를 타고 들어왔기 때문에 실제로 탈주를 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해서 탈주자들을 매우 동경했다. 물론, 탈주자들의 말로는 뻔했다. 갈 곳이 집 밖에 없기에 집으로 돌아갔고, 곧바로 학원으로 송환됐다. 길어야 3일 정도의 자유? 그 정도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저 힘든 일을 하다니. 공부가 그 정도 싫다면 그것도 나름 대단한 일이다.


나는 단지 3일간의 자유를 위한 탈주를 동경한 것은 아니고 탈주라는 행동 그 자체를 동경했다. 경비가 삼엄한 학원을 떠나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산길을 헤치고 내려가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까운 지하철에 내려달라고 하는. 혹은 어딘지 모를 도로를 끊임없이 걸어서 마침내 만나게 되는 도심, 그 곳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지친 몸을 달래고, 집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상상하면 긴장과 스릴이 가득한 모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탈주를 결심했다. 시기는 학원이 끝나기 며칠 전 쯤이었다. 그때쯤이면 선생님들의 감시도 느슨해질 것이라 생각했기에 완벽한 계획 같았다. 친하게 지냈던 몇몇 친구들에게 이 계획을 말하고 함께 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학원의 수료식을 마친 후, 학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일정 종료 2~3일 전에 학원을 떠나기로 약속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자 친구들은 며칠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집으로 가게 되는데, 그렇게까지 집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혼자서라도 출발할까 했지만 혼자는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웠다.

여튼, 아들의 탈출 소식을 들었을 어머님의 마음을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하길 잘했다 싶다.

약 한 달 넘었던 길다면 길었던 스파르타 학원생활을 마치고, 스파르타 전사처럼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약 두어 달간은 학원에서 선행한 내용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 버텼고, 결과적으로 어머니는 헛 돈을 쓴 것이 되었다는 슬픈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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