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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걸 Jun 12. 2020

긍정이 쏘아올린 천 개의 태양 9 -금위대장 이장렴

씩씩한 기상은 삶을 바꾸는 에너지다.

이하응은 원래 왕족이었으나 몰락하여 술집이나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하루는 이하응이 기생 춘홍의 집에서 추태를 부리다 금군별장(종2품 무관) 이장렴과 마주쳤다. 이장렴이 거친 말로 꾸짖자 이하응이 버럭 화를 냈다.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일개 군관이 너무 무례하다!”

이에 이장렴이 그의 뺨을 후려치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왕족이라면 체통을 지켜야지 이렇게 기생집에서 추태나 부리며 왕실을 더럽혀서야 쓰겠소!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갈긴 것이니 그리 아시오!”

그 후 이하응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는데 그가 곧 고종이다. 이하응도 대원군이 되어 운현궁에 살면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실력자로 군림했다.

어느 날, 대원군은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다.

이장렴이 방에 들어서자 대원군이 대뜸 그에게 물었다.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칠 수 있겠는가?”

이장렴은 거침없이 말했다.

“대감께서 아직도 못된 술버릇을 버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대원군이 호탕하게 웃었다.

“조만간 춘홍에게 다시 가려 했더니 자네 때문에 안 되겠군. 하하하.”

대원군은 이장렴을 극진히 대접하고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날 이장렴이 돌아갈 때 대원군은 친히 문밖까지 나와 배웅했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금위대장이 나가시니 앞을 물리어라!”

그날로 이장렴은 금위대장에 임명되었다.


***

지난 불미스러운 일로 이장렴의 운현궁 방문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또 이 자리에서 대원군이 분풀이를 했다면 속 좁은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두 인물은 스스로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이장렴의 사내다운 기개를 알아보고 오히려 진급시킨 대원군. 멋지다. 인물은 인물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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