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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May 03. 2024

프랑스 여행 가기 전 버거운 나의 준비물

서른여덟, 프랑스 여행의 기록


짐 싸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워?

여행을 한 두 번을 간 게 아닌데 이번 여행은 짐 싸는 게 너무 힘들었다. 프랑스의 계절이 오락가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5월의 프랑스는 엄청 더웠다던데, 불과 일주일 전에 기상이변으로 눈이 왔단다. 패딩을 가져가야 하나, 반팔을 가져가야 하나, 카디건을 챙겨? 뭐야 다 챙겨야 돼?


집에 있던 캐리어에 열심히 짐을 싸고 있었다.

"14일이나 있을 건데 왜 작은 캐리어에 잠을 싸?"

"응? 이게 제일 큰 건데?"

"가장 큰 건 OO네 집에 있잖아"


작년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도, 재작년 삿포로 겨울여행 갔을 때도 26인치 캐리어를 여동생이나 친구에게 빌렸는데 아예 잊어버렸다. 24인치 캐리어에 짐을 싸면서 왜 이렇게 캐리어가 작을까, 내가 너무 옷을 많이 가져가는 게 아닌가 엄청 고민을 했다. 이걸 빼야 하나, 저걸 빼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결국 밤 10시쯤, 20분 거리에 있는 여동생네 집에 가서 26인치 캐리어를 빌려왔다. 엄마 아빠까지 거들어서 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왜 미리미리 짐을 안 싸고 하루 전날에 이러는지"라는 잔소리와 함께. 사실 짐만 못 챙긴 게 아니다. 내 정신도 못 챙겼다.


여행 가기 전 버거운 나의 준비물

프랑스 여행 버킷리스트를 앞의 글에서 적었다. 버킷리스트를 보면 '어디를 구경하고 싶다'라기 보단 현재의 삶을 성장시키기 위한 경험을 만들려면? 이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나의 준비물!!!


1. 액션캠 구매하기 (O 당근마켓)

2. S24 울트라 구매 (O 5일 전 홈쇼핑 보다가 급 지름)

3. 원피스 및 치마 구매 (쇼핑 + 당근마켓 좋아요 O)

4. 동생한테 옷 빌려오기 (O 고마워요)

5. 네일아트, 속눈썹 펌하기(O)

6. 책 쓰기 투고 (O D-1 점심시간)

7.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읽기 (절반)

8. 미드나잇 파리, 아멜리에 영화 보기 (아멜리에 O)

9. 브런치 '파리 여행기 21일' 중 7일 쓰기 (1개 씀)

10. 캡컷 영상 편집 연습 (X)

11. 액션캠 작동법 익히기 (O)

12. 액션캠으로 일상 브이로그 찍는 연습 (O)

13. 액션캠으로 찍은 브이로그 영상 편집 후 올리기 (X)

14. 스윙 솔로재즈 2곡 연습 (O)

15. S24울트라 작동법 익히기 (X)

16. 다이어트 (X)

17. 음악, 영화, 강연 영상 유튜브 오프라인 저장해 놓기 (O)

18. 대출 신청 및 서류 제출 (O)

19. 회사 업무 모두 끝내기 (O)

20. 여행 인스타 만들기 (O 6개 이상 올림)

21. 사진 보정 및 찍는 방법 영상 듣기 (절반)



여행이 한두 번도 아닌데 이번 여행 캐리어를 싸지 못한 이유가 있다. 내 정신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짐을 뭘 챙길지보다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의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더 생각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뭘 챙겨가야 하지?'라는 질문까지 나의 뇌가 에너지를 쓰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집을 계약하는 바람에 대출 심사 서류를 준비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3년 동안 조금씩 쓰던 책을 투고까지 하고 가고 싶어서 일주일 동안 새벽 2시, 3시까지 글을 썼다. 그 와중에 스윙 솔로재즈 연습하겠다고 점심시간에 액션캠 들고 걸어가면서 브이로그 찍고, 연습하는 과정도 찍었다.


잠자기 전에 레미제라블 읽다가 새벽 3시가 넘을 때도 많았고, 직원들과 점심으로 회사 주변 카페를 가거나 파스타집을 가면 사진을 찍고 사진 보정 강의 들은 대로 보정 후 인스타에 6개 올렸다. 인천공항으로 떠나는 날 회사 업무시간에 최대한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끝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실패해서 최대 몸무게로 여행을 가게 되었고, 브런치도 이틀 전날 시작해서 겨우 하나 적었다. 브이로그 편집을 연습 못해서 과연 여행 중에 편집을 해서 올릴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캐리어에 뭘 담고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프랑스 여행 가면서 자물쇠도 안 챙겼으니 말을 다했지.


D-1 여행 가기 전

월요일 밤 12시까지 짐을 쌌다. 대충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만 짐을 쌌는데 26인치가 다 찼다. 캐리어를 닫고 보니 무게도 만만찮다. 왜 이렇게 무겁지? 저번 삿포로 겨울여행 갔을 때도 이렇게 안 무거웠던 거 같은데? 아닌가? 그때도 무거웠나?


나는 잠을 자면서도 짐을 쌌다.

'무엇을 빼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옷 4개를 뺐다.

'왜 여전히 무겁지?'


나는 제주에서 인천을 가기 때문에 출국하기 전날 미리 올라왔다. 퇴근하고 바로 공항으로 갔다. 캐리어 무게를 재어보니 18.5kg. 평소  해외여행 다닐 때 나의 캐리어무게는 18-19kg였다. 비슷비슷하게 챙겼다는 거다. 이런 걸 보면, 캐리어의 무게가 무거운 게 아니라 여행의 무게가 무거웠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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