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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하 Iam May 21. 2024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갓생살기)

서른여덟, 프랑스 여행의 기록


나는 비행기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한다. 제주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쓴다. 나에겐 비행기를 타는 행위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과 같다.


자기 계발에 영향을 받았다. 책에서 CEO들은 비행기 탈 때 꼭 신문을 들고 탄다는 글을 본 적 있다. 예전에 대한항공이었나, 아시아나항공 탑승구 앞에 신문들이 놓여있었다. 누가 신문을 들고 탈까 싶었는데 CEO들은 신문이나 책을 갖고 타서 비행기에서 읽는다는 글이 인상 깊었다. JYP 박진영도 미국 가는 비즈니스석을 타면 12시간 비행하는 동안 작곡을 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와이파이가 돼도 절대 안 한다고.


그 이후로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을 자던 나의 행동이 바뀌었다. 주섬주섬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고, 장거리 비행기를 탈 때면 다이어리도 챙기고, 갤럭시 탭을 챙겨서 글도 쓴다. 이번에도 프랑스로 향하는 14시간 동안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내심 기대했다. 나는 12시간, 14시간 장시간 비행이 싫지 않다. 오히려 좋다.


14시간 비행동안 내가 한 일

1. 모닝페이지 쓰기

2. 바인더, 다이어리 정리

3. 아멜리에 영화 보기 (1.5H)

4. 글 1편

5. 얼굴 팩하기

6. 다운로드한 영상 보고 정리 - 송길영 박사님 2편

7. 밀리의 서재 독서 - 레미제라블

8. 잠자기


나는 비행기에 타면 가장 먼저 현지 시간을 체크한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인지, 오후 4시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행동하려고 한다.


10시 45분 출발 비행기였으니 프랑스 파리 시간으로는 새벽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새벽 4시니까 잠이 오면 잠을 먼저 자는 게 좋다. 나는 첫 번째 기내식을 주기 전까지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 기내식 불고기 쌈밥을 먹고 모닝페이지를 썼다. 바인더를 펼쳐서 기록도 했다. 그리고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목차도 정하고, 글 1편도 썼다. 글을 쓰면서는 유튜브에 저장해 둔 음악(오프라인 저장된)을 들었다. 글 쓸 때는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데 집중도 잘되고 글도 잘 써진다.



최근에 유튜브에 저장해 둔 강연 영상이 없었다. 정신없이 오다 보니 미처 준비하지 못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몰아보기'라도 저장해서 오는 건데 아쉽다. 예전에 저장해 둔 송길영 박사님 영상 2편이 있어서 그걸 봤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핵개인의 시대라는 주제였는데 다시 봐도 좋았다.



나는 여행 가기 전에 여행지가 배경이 된 영화를 본다. 작년 프랑스 여행 때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여행을 왔다.


이번에는 2-3개 저장해 뒀는데 그중 '아멜리에'를 봤다. '아멜리에' 영화를 보면서 몽마르트르에서 노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투어로 갔었는데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몽마르트르 언덕에 회전목마가 있다는 것도 영화를 보고 알았다.


여행지 배경이 되는 영화를 보고고 가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그 장소를 지나갈 때 영화의 장면이 생각난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을 때도 팡테옹 근처를 지나갈 때 '어? 여기서 남자주인공이 마차를 탄 것 같은데?' 싶은 장소를 만나서 반갑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괜히 사진도 한 장 더 찍고.


프랑스 파리에 빅토르 위고 작가의 저택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빅토르 위고의 책을 선택했다. 레미제라블을 그 저택에서 썼다던데. 레미제라블을 읽고 가면 파리가 달라 보이지 않을까?


아시아나항공에서 주는 프레즐 과자가 있다. 간식으로 주는데 맛있다. 짭짤하니 커피와 어울린다. 커피와 과자를 먹으면서 레미제라블도 읽었다. 레미제라블이 슬퍼서 울면서 읽었는데 양옆에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남은 비행시간이 4-5시간이 되면 클렌징폼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한다. 나는 더멀팩을 가져갔는데 더멀팩은 4시간 동안 붙이는 팩이다. 평소 잠을 잘 때 하는 팩인데 장시간 비행기 안에서도 쓰면 좋다길래 가져왔다. 팩을 붙이고 잠도 자고, 레미제라블을 읽기도 했다. 착륙 1-2시간 전에 떼어내고 로션을 바르고 선크림을 발랐다.


평소에는 쉽게 가지지 못하는 온전한 시간

요즘은 비행기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된다. 가격은 20유로 정도. 와이파이를 신청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와이파이를 신청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14시간을 이렇게 온전히 시간내기가 쉽지 않다. 시간 내더라도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게 된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방 가득 챙겨 들고 비행기를 탄다. 아마 CEO들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tmi) 좁디좁은 비행기 좌석 안에서 바인더를 꺼냈다, 책을 꺼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냈다 하기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다. 옆자리에 피해 주지 않고 조심히 꺼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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