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대본대로 굴러가는 인생은 아니지만
평소 반에서 있는 둥 없는 둥 살던 내가 왜 누군가 앞에 서고 싶었을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직접 대본을 써서 연기를 해보자'였다.
가끔 TV에서 봤던 변사 역할을 하면
혼자 해설도 하고 연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려면 대본을 써야 했다.
며칠이나 붙잡고 대본을 썼을까?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예회 때 나는 내가 쓴 대본으로
변사를 하고, 이수일을 하고, 심순애를 연기했다.
"수형이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네!"
웃음끼 가득한 얼굴로 칭찬해 준 선생님 목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내가 쓴 대본과 연기를 즐겁게 바라본 친구들의 얼굴이 참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글 쓰고 연습하고 연기하는 그 과정이 즐거웠다.
하지만 몰랐다.
이십 오 년 후 연극 대본을 쓰는 희곡 작가가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