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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 Dec 26. 2021

소소한 에세이

차생활의 시작

2002 독일 서부 브레멘에서 몇달간 지낸적에 있다. 그곳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하나가  전문점이다. 도시 곳곳에 진하게 배어 있던 소시지 향만 기억에 남아 있는  알았는데,  깨끗하고 정갈한 티샵이 기억 한편에 남아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향기로운 가향차를 가득 채운 커다란 틴케이스로 한쪽 벽면을  채운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당시 주머니 가벼운 학생 신분이라 시음은 양껏 하고 겨우 소포장되어 있는 홍차를  봉지 구매해 들고 왔던 것이 생각난다. 마트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티백차들을 접할  있었다.  캐모마일 티도 누군가 몸이 아플   마신다며 소개해줘서 그때 처음 구매해봤다.


2003년 회사에 취직을 하고 몇 달 안되어 홍콩으로 첫 해외출장을 간 적이 있다. 당시 선배들은 명품 쇼핑을 하기 바빴는데 나는 차도구를 파는 전문샵에서 새하얀 다도세트를 큰 마음먹고 구매했다. 지금 같으면 그렇게 고급 상점에서 비싸게 안사고 차 시장에서 샀겠지만, 그 세트는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으니 전혀 아깝지 않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차에 대한 사랑이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듯하다.


그 뒤로도 네이버 카페에서 공구로 다양한 허브차를 구매하면서 차수집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다. 다 먹지도 못할 것을 주머니에 돈이 좀 생겼다고 무분별하게 많이도 사모았다. 나중에 차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나서야 허브차는 6대 다류에 포함되지 않는 대용차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과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오후에 차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그 시간과 장면이 너무도 평온하고 좋았다. 언젠가는 성미 찻집을 열어야지라고 말했을 정도로 좋았다.


비슷한 시기에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지도자에 따라 성향이 많이 다르지만 내가 다닌 요가원에서는 수업 시작 전후로 티타임이 있어고 그때 처음 보이차를 마셔보았다. 당시 지도자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유명한 제주도 한주훈 선생의 제자였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 문화까지 접할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 몇 년 전 한선생 요가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수련 뒤에 꽤 긴 티타임을 가졌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점점 차가 내 삶에 스며들었다. 차와 함께한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이든 여럿이든 언제나 따스하고 평화로웠다. 차가 술과 함께 인간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호음식인 이유가 바로 이런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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