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에 어김없이 올랐다.
보통 아침이나 늦은 밤에 타는 경우가 많아 늘 선잠을 자며 갔는데 오늘은 정신이 맑은 오후에 출발해서인지 무심결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가을이 무르익어 지나가는데도 아직 군데군데 여름을 놓지 못하는 푸름이 보였다.
청주의 모인 건물과 신호등, 여러 갈래로 길을 잇는 도로들을 지나 아주 많은 나무들이 빠르게 차르륵 지나가더니 호수가 보였다. 줄어든 버스 속도와 함께 호숫가에는 억새들이 더듬더듬 나있었고 사람들이 산책을 하는 듯 보였다.
아주 한적했지만 다정해 보였다. 혼자 힘차게 걷는 사람도 어린아이와 함께 온 부부도 같이 걷는 노년의 부부도 저들에게 참 평온한 시간이 되는 것 같아 보여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나는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무서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만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이 아닌 고개를 들어 자세히 꼭꼭 담아 세상구경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풍경과 어우러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이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관찰하게 된다.
특히 한자리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창밖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있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있거나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을 때) 관찰하는 일은 배울 점을 가져다주기도 행복함을 얻기도 흐뭇하기도 하다.
하여튼 한적한 호수를 지나니, 도로 옆에 바람개비 조형물들이 빛을 바란 채로 꽂아져있었다.
또 지나니 한적한 시골마을이 갈색의 논밭이 일상을 살아가는 트랙터가 있었고 나처럼 어딘가를 올라가고 있는 차들이 차례로 보였다. 마치 긴 파노라마를 찍는 것처럼 계속해서 다른 풍경들이 내 눈에 담겼다.
그리곤 한동안 고속도로만 나와 주변을 잠시 봤는데 조용한 고속버스에 사람들은 노곤하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선 자연스레 버스기사님을 봤는데 아무 생각도 안 하실 수도 있지만, 어떤 생각을 하며 달리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하진 않으실까 지루하진 않으실까라는 생각들이 들어서 물론 어떤 마음으로 일에 임하시나요 하면 나오는 정석적인 대답 말고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면모에서 나오는 생각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하루에 계속해서 운전을 하실 텐데, 기사님은 라디오도 노래도 없이 묵묵히 사람들을 모두 재울 수 있는 편안한 버스 안을 만들어 한동안 서울로 달렸다.
서울 근교의 경기도쯤에 도착했을 땐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빽빽하게도 큰 건물은 거의 서울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지표 같았다. 차와 사람이 많아지고 복잡해진 거리에 평온했던 마음에는 살짝의 예민함과 함께 긴장이 되는듯했지만 한강 다리를 가로지르는 풍경에 다시 마음은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며 풍경을 담던 작은 창의 파노라마는 2시간의 긴 시간 끝에 종료되었다.
안녕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