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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Dec 17. 2024

그렇게, 다시 만난 세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표결 발표가 나고, 되찾은 세상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던 그 순간. 집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하고, 눈물을 훔치며, 제 자리에서 뛰어다니던 그 순간. 어떤 환희의 순간보다도 오래 기억될 지난 토요일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집회 당일, 여의도역에 도착해 수많은 인파에 어렵사리 출구로 나와 목격한 광경은 삼삼오오 모여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날이 화창한 여느 주말. 평범한 주말약속이 아닌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라 생각을 하니 새삼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길을 찾을 필요 없이 먼저 발걸음을 하던 사람들을 지도삼아 따라가다 보니 여의도 공원이 보였다.


누군가의 얼굴들을 이리 유심히 살핀 일이 얼마 만인지.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흘끔흘끔 쳐다보게 되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연인, 노부부, 어린 학생들까지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손에는 각기 응원봉, 종이팻말, 깃발을 들고서. 어떤 때보다도 간절한 같은 바람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후 3시, 공원 한쪽 화단 턱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엉덩이에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팻말을 깔았다. 사람들로 가득 차 국회의사당 앞쪽으로 진입은 하지 못했지만 앞쪽에서 방송하는 내용이 생생히 들려왔다.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모인만큼 근방에 울려 퍼지는 노래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그중 압권은 단연 아파트였는데, 로제와 브루노마스의 최신곡 ‘아파트’의 전주가 흘러나오며 곧 시작하는가 싶더니 이내 윤수일의 ‘아파트’로 노래가 휙 바뀌 것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노래 속 구호를 외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를 한 시간가량. 국회의원들의 탄핵 투표가 시작되었다. 투표를 모두 마친 후에는 약간의 긴장과 걱정이 현장을 맴돌았다. ‘설마’ , ‘혹시’ 부결되었을까. 그럼 모두가 추운 집회 현장에서 쉽사리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내 투표 결과 집계 중 흘러나오던 노래가 멈추고, 국회의장의 목소리가 집회장 스피커에 울려 퍼졌다.


‘가 204표’ 표결을 순간 현장이 들썩였다. 그동안의 추위와 걱정, 분노를 녹이는 한 마디였다. 그리고 바로 곡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이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대응으로 이화여자 대학생들이 불렀던 그 노래, 그리고 얼마 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을 눈물짓게 했던 그 노래였다.





계엄령 이후 2주. ‘꺼지지 않는 밝은 빛’을 상징하는 각자의 무언가를 들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섰다. 누군가는 노래를 틀고 응원봉을 흔들며 즐기는 것이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며 그 모습을 기어이 평가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 한 번이라도 나와보면 안다. 가삿말 한 줄에, 희망찬 멜로디 한 음절 음절에 기대고 기대할 만큼 사람들은 간절한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누가 그것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고, 또 진지하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도 우리의 ‘빛’은 늘 자유롭게, 제각기 퍼지기를 바란다. 애통하고, 화가 나고, 속이 끓고 뒤집히는 마음으로 모인 자리에서만큼은 서로의 목소리와 빛, 그리고 노래로 단결하고 잠시나마 감정을 삭이기를 바란다. 늘 침울하고, 진지하고 비장하기만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결과 발표를 마치고 그간 마음 졸였을 모든 국민을 위한 애정 어린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이 퍽 위로가 되어 아래와 같이 옮겨본다.


마지막으로, 국민여러분. 국민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희망은 국민 속에 있습니다.

희망은 힘이 셉니다.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빛나는 빛은 ‘우리의 희망. 언제든 꺼내 들어 보일 수 있는 희망임을 이번 집회로서 눈으로, 귀로, 또 마음으로 새긴다. 새해에는 한 층 견고해진 희망을 가지고, 그간 자포자기해 왔던 일들의 한 걸음 진전을 바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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