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뀌고 변화하는 것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아내가 주방에서 즐겨 쓰던 국자가 있습니다. 나는 불편한데 아내는 제일 편하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자기 손에 맞고 자기 마음에 드는 도구가 있나 봅니다.

그런데 그 국자가 오늘 뜬금없이 바닥에 떨어져서 목이 부러졌습니다. 유리 제품도 아니고 바닥이 특별히 단단한 곳도 아닌데 어이없게 못 쓰게 되었습니다.


귀한 건 아니지만, 손에 익어 편리하게 쓰던 국자였나봅니다. 부러진 국자를 들고 속상해하는 아내를 보며 이야기합니다

‘그 국자와 인연은 오늘까지였나 보네. 제 역할을 이제 다한 모양이야’


아마도 그 국자는 겉보기엔 단단해 보였지만, 어느 부분에선가 금이 가고 있었을 겁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한 부분이 약해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만물은 변하는게지요.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고 다시 그믐달이 되듯, 사람이나 물건이나 세상사가 똑같습니다

만물에 시간이 더해지면 조금씩 그 상이 변하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요

변역 變易입니다.

세상 만물은 바뀌고 변화합니다.

세상 만물은 유한합니다.

어리석게도 사람들만 무한한 불변이 있을 거라 착각하곤 하지요

나의 권력은 무한할 것 같고, 나의 욕심은 더 채워질 것 같고, 나의 명예는 끝없이 펼쳐지리라 생각하지요.

부러지는 국자처럼, 어느 한구석부터 퍼져가는 파열은 내겐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게 우리네 마음이지요.


부러진 국자를 손에 들고, 내 마음속 욕심을 들여다봅니다.

부러진 국자를 내려다보며, 내 마음속 교만을 들여다봅니다.

내 마음이 쓰임은 어느 만큼 왔는지, 얼마만큼 남았는지 생각해 보면서 말이지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무도의 길을 질주하는 어느 권력의 열차도, 부러진 국자를 한번 들여다 볼때가 필요할텐데 말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항상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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