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단상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추석 명절이라고 지인이 맛난 인절미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콩고물이 잔뜩 묻힌 갓 찧어낸 인절미가 참 고소합니다.

몇 년 전에도 이렇게 인절미를 먹다가 '콩가루 집안'이란 단어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뭉쳐지지 않고 흩어지는 콩가루의 습성을 빗대어,

'분란이 일어나거나 가족들이 모두 제멋대로여서 엉망진창이 된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 말한다고 하지요.

세월이 변화하니 이젠 '콩가루 집안'의 정의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콩가루는 그렇게 떡이 엉겨 붙지 않게 '고물'의 역할을 성실히 합니다. 다만 단점은 떡을 먹다 보면 콩고물이 많이 떨어진다는 거지요. 깨끗이 먹는다 해도 바닥에도 흐르고 손가락에도 묻습니다. 때론 떨어진 떡고물이나 손가락에 남은 떡고물이 더 고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떡 먹은 표시가 안 날 수 없지요


콩고물 인절미만 그럴까요.

세상사 그렇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거보다 떡고물 떨어지는 걸 기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떡고물을 흘려줘야 진행되는 사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70년대의 어느 부정축재한 권력자는 '떡을 주무르다 보면 손에 떡고물이 묻는 법'이라 자신의 축재를 합리화하기도 했습니다.

옛날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요즘도 떡고물은 떨어지나 봅니다. 사람 사는 곳엔 항상 존재하는 일이겠지요.

떡고물이란 게 원래 고소한 법이니까요.

예전엔 떡고물을 주거나 받다가 들키면 부끄러워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더 대담하고 뻔뻔해졌나 봅니다.

떡고물이 아니라 떡시루채 가져가기도 하고, 심지어 떡 공장을 자기 집 쪽으로 옮기기도 하나 봅니다.

무도의 세상입니다.

몰염치의 세상입니다.


욕심은 화를 부릅니다.

과식은 배탈을 부릅니다

적당히 먹자고요.

추석 명절의 맛난 음식도 적당히 먹고,

콩고물 인절미도 적당히 먹고,

나랏돈도 적당히 해먹고 말이지요.


떨어진 콩가루 고물을 쓸어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오늘입니다. 콩가루처럼 고소한 세상의 모든 가정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이전 09화세상은 바뀌고 변화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