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연애관련 프로그램은 너무 뻔한 패턴이어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이 프로그램은 좀 과몰입해서 보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매회마다 계속해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난 후 남녀간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 매우 드문일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얘기해보겠다.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사람…애인이 있다. 여러분은 지금 애인의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다. 애인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분명 기분이 좋아진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기 때문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다음 장면을 보겠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여러분의 애인이 다른 이성 앞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능적인 촉을 발휘해보니 여러분의 애인이 옆에 앉은 다른 이성에게 호감을 느껴한다는 것이 보인다.
이때 여러분의 기분은 어떨까? 만일 기분이 나빴다면 질문을 해보겠다.
왜…… 기분이 나빠지는 걸까?
여러분은 분명 앞에서 애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애인이 다른 이성과 행복하게 있는 순간 만큼은 왜 용납할수 없는걸까? 그 진짜 이유가 뭘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 단 다른 이성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한 것은 싫어.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공감되는 문장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모순되는 문장이다.
“언제나” 라고 말했지만 특정 조건은 제외를 시키고 있으니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 이 문장을 조금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바뀔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함께 한다는) 특정 조건에서만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지는 것에 내가 특정 조건을 단다면 그것은 정말 진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사진을 보고 기분이 나빠진 근본적 이유를 계속 찾다보면 결국 앞뒤 말이 맞지 않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결과만 놓고본다면 내가 애인을 아무리 사랑해도 애인의 모~~~~든 행복을 바라는 것은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애인을 향한 나의 마음이 진짜 사랑이 아닐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애인이 다른 이성과 행복해하는 모습이 기분이 나쁜 궁극적인 이유는 …
결국 나를 떠나서 다른이성에게로 갈까봐 혹은 다른 이성이 내 애인을 빼앗아갈까
에 대한 걱정이 그 끝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 사진을 보고 기분이 나쁜 이유가…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애인을 뺏기고 싶지 않은, 소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일반적으로 상대를 사랑하면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보통 이 2개가 동시에 생기는 마음이다보니 이 두개가 같은 개념처럼 헷갈리기도 하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별개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그 포커스가 상대에게 맞춰져있다. 그래서 상대의 행복이 우선 순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가가 필요없다. 온전히 상대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그 포커스가 나에게 맞춰져있다. 그래서 나의 감정이 우선 순위가 된다.
너의 일부 행복을 제한시켜서라도 너를 소유하고 싶은 나의 마음에 안정감을 줘
다시 말해 상대에게 대가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사랑에도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최고의 사랑을 뽑는다면, 언제나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첫번째로 뽑힌다. 이유의 가장 큰 핵심은 부모는 자녀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받아 엄마 아빠만 졸졸 따라 다니던 자녀가 어른이 되고나서 부모의 보금자리를 떠나 다른 보금자리를 꾸리게 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부모로서는 슬픈일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자녀의 독립을 기쁘게 바라봐줄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부모를 떠나가는 것이 결국 자녀의 진짜 행복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자녀를 소유하려 하고, 통제하려 들게 되면 자녀는 진짜 행복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을 바라본다면 남녀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이 아무런 대가 없어 언제나 상대의 행복을 우선 순위로 해줄 수 있는 마음이라면, 애인이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경우의 모습까지도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본능적으로는 당연히 납득이 되기가 어려우니까…
필자의 경우도 이 문제를 단지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괴로운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언제나 우선 순위로 해주고 싶은데, 그 행복의 대상이 다른 이성이라면…
나는 정말 이해해줄 수 있을까’
이 문제로 혼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환승연애의 한 참가자의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성이랑 데이트를 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당연히 싫겠지만, 그 싫은 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낼게 아니라 보다 더 좋은 데이트로 상대에게 보답해서 감동을 주면 되는거 아냐…?
바로 여기에 고민에 대한 정답이 있었다.
상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를 내 사람으로 완전히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완전히 소유하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전제를 한가지 바꾸면 힘들어질 이유가 없어진다. 그것은 바로 ….
바꿔서 얘기하면 썸의 관계든, 애인 관계든, 부부관계든 그 누구도 언제든 나를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전제를 이렇게 바꿔버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신기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의 현재 마음 상태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애초에 내가 소유할 수 없는 존재라면, 다른 이성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더라도 그것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그 사람의 감정이기에 싫더라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러나 소유할 수는 없다면, 나와 함께 있을 때 더 큰 행복을 줌으로써, 나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상대로 하여금 느끼게 해주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게 된다.
즉, 상대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두려는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내가 어떤 마음 가짐을 갖고 있느냐...(상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
다시 말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