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이야기 - 5 깃털이 반짝이는 닭도 있고
마다가스카르 일상과 여행 사이
그림과 이야기
5
내가 사랑하는 우리 동네
퇴근하던 길, 그날은 맥주가 조금 필요했나 보다.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지나
버스정류장 근처의 맥주 가게로 갔다.
여느 때처럼 THB 맥주 한 병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멋진 하늘도 감상하고
눈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이렇게 매일매일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내 동네를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동네에는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아침 부지런히 한 빨래도 있고
벽돌을 배달해주는 소도 있고
활짝 핀 꽃도 있고
나무 사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카멜레온도 있고
깃털이 반짝이는 닭도 있고
아기 파인애플도 있고
작지만 충분한 설명이 담긴 아이스크림 간판도 있고
내 친구들도 있고
중간중간 숨 돌리게 하는 멋진 풍경도 있고
청바지 가게도 있고
학교 끝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맛있는 바나나도 있고
파란색으로 멋지게 맞춰 입은 커플도 있고
배 위에서 낮잠 자는 사람도 있고
수영하는 오리도 있고
저녁이 되어 오리를 데려가는 오리 아빠도 있고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형제도 있고
퇴근 후 마시는 맥주의 짝꿍인 꼬치 구이도 있고
멋진 저녁 하늘의 구름도 있고
버스킹 하는 할아버지도 있고
아직 덜 마른 옷과 인형이 있고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말하는 멋진 노을도 있고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느라 사진으로는 남기지 않은 마른 번개치는 밤, 별과 은하수도 있다.
많이 자랑한 것 같지만, 빠트리고 자랑하지 못한 내가 사랑하는 동네의 조각은
조금씩 무뎌지는 일상 속에서 떠올라 여행의 순간으로 반짝였으면 한다.
글 속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sunshine near me에게 있습니다.
모두 직접 찍은 사진,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 모아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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