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Why?
목차
1. "좋은 연결"의 정의 : 온라인 연결에 집중합니다
2. 채팅 도메인, 반가워! : 답은 오프라인에 있었다
3. "좋은 채팅" 지표 세팅 & 스포일러
앞 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팀은 단순히 연결 수 자체가 늘어나는 것에 집중할 게 아니라 "좋은 연결"이 많아지도록, 그리고 "좋은 연결"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케이, 좋다. 다 좋은데, 피쳐 기획은 둘째 치더라도 "좋은 연결"에 대한 지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여기서 완전히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온라인에서 연결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카카오T에서 택시가 배차되어 기사님을 만나봤다던가, 당근마켓에서 원하는 중고물품을 찾아서 구매했다던가, 숨고에서 전문가와 협의한 후 원했던 서비스를 받았다던가.. 어렵지 않게 한두 개 정도는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개중에는 좋았던 연결 경험도, 좋지 않았던 연결 경험도 있었을 테다. 그런데 우리 팀이 지금 말하는 "좋은 연결"은 온라인에서의 좋은 연결을 의미한다. 만났던 택시 기사님이 별로였다거나, 중고물품에 알고 보니 하자가 있었다던가, 전문가의 서비스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던가 하는 것들은 고객문의로 유입될 내용이고, 이건 별로 좋은 지표가 못 된다. (좋은 지표는 제품의 문제점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지표는 조금 더 앞쪽에 있다: 택시가 배차된 후 승차를 기다리는, 원하는 중고물품을 찾아서 거래를 약속하는, 그리고 견적서를 뽑기 위해 전문가와 대화하는 바로 그 지점.
그러니까, 우리 서비스에 빗대어 설명해보자면 이런 느낌이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 만난 시터회원이 훌륭한 아이돌봄을 제공했는지를 "좋은 연결"로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터회원이 부모회원의 신청을 수락한 것 이상으로, 두 유저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next step(예: 면접, 시범채용)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고객 경험이 어떠한지를 보기 위한 새로운 지표를 세팅하려는 것이다. 신청을 통한 연결이 부적절했다면 두 유저는 채팅창에서 몇 마디 나누다가 '아, 우리 안 맞네요' 하고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을 것이다. 반면, 그 연결이 적절했다면 두 유저는 면접 날짜를 잡고 장소를 정하느라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렇게 우리 팀의 도메인은 연결에서 채팅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좋은 채팅"을 경험하는 유저들이 많아질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고민은 사실 서비스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거래하는 게 가장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서비스의 매물 수나 탐색 기능만 따지지 않는다. (물론 이 2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채팅에서 약속을 만들고, 장소를 보내주고,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교환했을 때 안심거래 Tip을 알려주는 모든 액션을 포함한다. 유저들이 맘시터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채용하는 게 가장 편하다고 말하려면, 우리 서비스의 채팅창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창의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초반에는 전혀 힌트가 될 레퍼런스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너무나 challenging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팀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제공하려던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던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려는 것뿐이었다. 베이비시터 채용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이미 온갖 맘카페와 블로그에 #후기 #꿀팁 등의 해쉬태그와 함께 남아있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는 재미있게도 맘시터 서비스를 사랑해서 입사하신 분들도 여럿 계신데, 그분들께 cross-check을 요청드려가며 어떤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팀이 파악한 프로세스는 대략 8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채팅창으로 옮겨올 피쳐를 선정하는 것은 둘째 치고, 어떻게 하면 각 피쳐의 성공/실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좋은 채팅"에 대한 지표는 무엇일까? 우리 팀은 일단 가장 단순한 형태로 이 지표를 설정하기로 했는데, weekly 기준으로 N개 이상의 말풍선을 나눈 채팅창의 비중을 따지기로 했다. 좋은 채팅을 경험했으면 더 많이 대화하겠지!라는 naive한 생각이었다. 필요하면 추후에 고도화하기로 하고, 우선은 채팅창에 추가할 피쳐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서비스 내 flywheel을 완성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우리 팀은 3개월 만에 실로 놀라운 여정을 함께했는데, 여백이 부족하여 이를 적지 않겠다.. 는 장난이고, 다음 글에서 차례차례 신규 피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스포일러로 주요 목차와 부모회원 채팅창 최신버전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이 포스팅은 한 번 끊고 가겠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