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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zi May 16. 2018

호두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미얀마에 사는 신혼부부, 시바견 호두와의 소소한 일상

 남자친구는 사업차 미얀마에, 나는 한국에.

장거리 연애에 지친 우리는 결혼을 감행했다.

후루룩 뚝딱 결혼식을 마치고 미얀마에 들어온 나는, 마치 엄마를 기다리는 젖먹이 아기처럼 종일 남편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우울감에 젖어갔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실 소파에 앉아 온통 하얗게 칠해진 페인트 벽을 바라보는 일.

"혹시 이 곳이 정신병원은 아닐까?"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나를 보던 남편은 며칠을 고민하다 한가지 제안을 해왔다.

"우리, 강아지 한마리 입양할래?"


두둥.

달갑지 않았다. 10년이 넘게 키운 강아지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낸지 2년. 나는 아직도 그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혼자 눈물을 훔치곤 한다. 필연적 헤어짐이 주는 아픔을 또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이 남는다. 문득문득 그 흔적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안되겠어. 결국 언젠가 이별해야할텐데,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러나 남편은 이미 입양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 했다.

"헤어짐은 힘들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동안은 행복하지 않았어? 헤어질 때, 강아지가 행복한 기억만 안고 갈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잘해주자. 입양이 되지 않아 샵의 좁은 우리 속에서 어린 시절을 다 보내는 것보다는, 강아지도 우리랑 함께 하는게 훨씬 행복할거야."


결국 나는 남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12월 31일, 연말 선물처럼 '호두'가 우리의 곁으로 왔다.


 (주둥이에 시커먼 연탄을 묻힌 듯한, 세상 억울하게 생긴 너.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그렇게 시작된 호두와의 미얀마 라이프.

너는 태국에서 미얀마로, 나는 한국에서 미얀마로.

너도, 나도 고국 떠나 타지로 왔으니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보자.

잘 부탁해, 호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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